지역별 쿼터와 수능, 내신 쿼터 등 서울대 입시에 쿼터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정운찬 총장의 방송 인터뷰 내용을 놓고 학내외 안팎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 총장은 23일 문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상.전라.강원 등 인구비례로 쿼터를 둬서 학생을 뽑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2004학년도에 어느 정도 바뀌고 이른바 제7차교육과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2005년부터는 상당히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의 인터뷰가 보도된 뒤 정 총장은 "개인적 생각을 언론에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고 24일 오전엔 "쿼터제는 농어촌지역자녀특별전형과 소년소녀가장 가산점 등 현 입시제도에도 이미 도입된 내용으로 앞으로 이같은 제도를 좀더 보완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우수 학생뿐만 아니라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립대학교 총장으로서 다양한 입시안 중 하나를 소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 총장은 임명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의 입시제도를 소개하며 "미국 대학은 사우스다코다주에서 2명, 노스다코다주에서 2명 식으로 주(州)당쿼터를 배정한다"면서 "공부잘하는 학생이 운동잘하는 학생과 어울리고 가난한 학생이 부자학생과 어울리는 식으로 다양한 학생이 어울려야 학교가 지도자 양성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이상적인 입시제도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천명해왔다. 정 총장은 또 "재수를 하고 있는 딸이 고등학교 성적이 좋지않아 좋은 대학에는 응시할 수 없다"며 "고교시절 1∼2년 공부를 못했다는 이유로 대학진학의 기회를 빼앗겨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 총장의 일련의 발언들은 지금까지 서울대뿐만 아니라 사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이 좀더 다양한 입시제도를 도입해야 국가 전체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서울대 내부에서도 정 총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총장 개인이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의견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인문대 권영민 학장은 "지역별 쿼터제의 경우 현재 농어촌자녀특별전형이라는 형식으로 실시되고 있다"면서 "총장의 말은 농어촌자녀특별전형을 확대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학장은 그러면서도 "이같은 입시제도 변경은 총장 개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교수, 일선 고교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과 협의를 거쳐야 확정되는데 언론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성급히 몰아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정 총장이 개인의 뜻을 밝혔다고는 하지만 국립대 총장으로서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 총장의 이런 발언이 보도되자 수험생과 입시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발언의 진의파악에 나서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