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잇따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행정공백 및 공직사회 동요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단체장이 수뢰혐의 등의 의혹을 받아 현재 검찰수사 대상에 오른 인천, 대구, 울산광역시 모두가 월드컵 개최도시여서 각종 행사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 지난 3월 유종근(柳鍾根) 지사가 수뢰혐의로 구속된 전북의 경우 지사직 사퇴를 거부한 유 지사의 '옥중결재'가 이뤄지고 있는데다 행정부지사마저 최근 시장출마를 위해 자리를 떠나 도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인천시는 지난달 초 최기선(崔箕善) 시장의 수뢰혐의 의혹에 따른 검찰소환 통보 이후 고위직에 대한 후속인사를 비롯한 대단위 사업 추진이 사실상 중단지된 상태다. 현재 공석인 시의회사무처장(2급)과 부평구 부구청장(2급)에 대한 승진 및 후속인사 조차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또 김포매립지 개발과 관련,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농림부 등 관련 부처가 당초 개발계획에서 벗어나 주거용도로 개발키로 잠정결정, 인천시와 반대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 하고 있지만 효율적인 대처를 못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 송도신도시를 잇는 제2연륙교 건설사업도 교각폭을 둘러싼 사업자와 부처간 이견으로 사업주체인 영국의 A-Max사가 사업포기를 거론하고 있으나 속수무책이다. 인천시공무원직장협의회의 한 직원은 "최 시장의 검찰조사로 인해 사기가 떨어진 공무원들이 사실상 일손을 놓은 상태"라며 "월드컵을 불과 20여일 앞 둔 시점이 어서 각종 행사는 물론 중앙부처와의 원활한 교류마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 중하위직 공무원 590명은 8일 최 시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연대서명, 검찰 등 관계기관에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역시 수뢰혐의로 문희갑(文熹甲)시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한 대구광역시도 각종 시책사업의 차질을 우려하는 긴장된 분위기다. 문 시장이 추진해 오던 롯데그룹의 골프장 건설과 특급호텔 건립, 삼성그룹의 전용야구장 건설 및 첨단산업유치, 삼성상용차 협력업체 보상문제, 대형 쇼핑몰 건설 추진 등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市)의 한 간부는 "시장에 대한 검찰수사로 업무가 공백상태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직원들의 각오지만,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지역 섬유업계도 섬유산업 육성방안인 '밀라노프로젝트'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울산시도 오는 6.13 자치단체장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심완구(沈完求) 시장의 수뢰혐의 사실이 알려지자 공직 내부의 기강이 흔들리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시민홍보도 없이 지난 6일부터 택시요금을 16.56%나 기습인상, 시민들의 원성을 산데 이어 울산∼일본 기타큐슈(北九州) 정기여객선이 한때 고장을 일으켜 운항이중단됐는데도 담당 공무원이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시 공무원들은 심 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검찰 소환으로 이어지자, 시장후보에 줄서기를 하는 등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는 고재유(高在維) 시장이 민주당 시장후보 경선에서 낙선하면서, 경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낙선한 고 시장이 일부 선거인단 명부와 실제 선거인단의 주민등록번호가 다르다며 재선거를 요구, 시장임기를 한 달여 앞두고 시장 경선을 둘러싼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월드컵을 불과 20여일 앞 둔 시점에 자치단체장들이 줄줄이 비리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종된 상태"라며 "깨끗한 후보를 자치단체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한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종완.윤대복.김명균.박성우.홍인철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