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여권의 '핵심 실세'로 불리던 권노갑 전민주당 고문의 진승현씨 돈 수수혐의가 밝혀지면서 '진승현 게이트'에 어느 선까지 연루됐는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검찰수사에서 신광옥 전 법무차관에 이어 권노갑씨가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을 통해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작년 11∼12월 정성홍씨와 김 전 차장이 진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사법처리되면서 권력층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어 신 전 법무차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시 진씨의 로비스트 최택곤씨를 통해 진씨 돈 1천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작년 성탄전야에 전격 구속되면서 `진 게이트'의 파장은 청와대로까지 확산됐다. 더구나 최씨가 민주당 교육특위 비상임위원장을 지낸 당료 출신으로 밝혀지면서진씨가 청와대,민주당,국정원 등 핵심권부를 넘나들며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전면으로 부상했고, 시간이 갈수록 `진 게이트'의 파괴력은 더욱 커져갔다. 특히 권씨가 작년 7월 김 전 차장을 통해 금감원 조사무마 등 대가로 5천만원을받았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난데 이어 같은해 3월 최택곤씨를 통해서도진씨 돈 5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포착됐다. 그동안 소문이 무성했던 `진 게이트'의 진짜 배후가 권씨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권씨 스스로가 이번 사건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김 전 차장으로부터 자신과 관련한 여론동향 등 정보보고를 수시로 보고받았음을 인정한 것은 이런 관측을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권씨와 김 전 차장 사이의 유착관계는 이처럼 다양한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권씨를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권씨가 4.13 총선 직전인 2000년 3월 최씨를 통해 진씨로부터 돈을 받은것으로 확인될 경우 한동안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진씨의 정치자금 살포설은 또다시`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수십명의 현역 의원들이 당시 진씨로부터 후원금 등 명목으로수천만-수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데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 돈을 받은 것이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4.13 총선 직전 국정원이 진씨를 상대로 이른바 `특수사업비'를 조달하려 했다는 정성홍 전 국정원 과장 등 일부 관련자들의 진술도 확보돼 있는 것으로알려져 진씨의 총선자금 지원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이 권씨의 정치자금 부분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설 태세를 보이자정치권에는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진씨가 4.13 총선 직전 정 전 국정원 과장과 함께 목포에 내려가 김홍일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하려고 했고, 당시 허인회 후보에게도 5천만원을 전달한 사실이 이미 드러난 만큼 상당수 의원들이 진씨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