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한가해(가명.43)씨.평일 오전 9시만 넘으면 한 씨는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 지 고민이다. 아침 8시 쯤에 남편과 아이들을 회사와 학교로 보내놓은 후 대충 집안 정리를 하고 나면 한 씨에겐 꽤나 긴 여유 시간이 온다. 커피 한잔을 타서 TV 앞에 앉지만 언제나 그 얘기가 그 얘기다. 지루한 내용에 졸다 깨다를 반복한다. 책과 신문을 펼쳐 보기도 하지만 몇 자 읽지 못해 지겨워진다. 학원이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무언가 배워보려 해도 아이들 학원도 제대로는 못 보내는 형편에 사치인 것처럼 느껴진다. 한가해씨와 같은 사람들에게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문화복지센터 강좌를 권할 만하다. 이들 강좌들은 획일적인 내용을 탈피해 주민들의 요구가 적극 반영되고 있다. 일선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변하면서 지역 주부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강의를 적극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덕분에 실생활에 도움이 되거나 재미있는 강좌가 많아졌다. 게다가 동사무소에서 실시하는 강좌인 경우 대부분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 오고가는 부담도 적다. 특히 이들 강의들은 무료이거나 한달에 1만원~1만5천원 정도로 거의 부담이 되지 않는다. 수강 자격이 해당지역 주민으로 국한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시대 손안에 있소이다=인터넷이 세상을 바꿔놓는다고들 난리지만 인터넷이라고는 아이들이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본 것이 전부.저녁 시간에 남편과 아이들을 컴퓨터에 빼앗겨 버린지도 오래다. 아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본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이런 주부들을 위해 지자체 강좌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관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강의한다. 워드프로세서나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고급 수업도 마련돼 있다. 비슷한 수준의 주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질문하면 배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쉘 위 댄스(Shall We Dance)=동사무소 강의 중 최고 인기 강좌는 단연 스포츠댄스다. "춤바람"이라는 단어 때문에 꺼려했던 주부들이지만 동네 한가운데 있는 동사무소에선 마음 놓고 흥겨운 음악에 몸을 흔들어댄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민문화복지센터에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10시만 되면 어김없이 40여명의 주부들이 한데 모여 스포츠댄스를 배운다. 이 곳의 한 주부는 "처음엔 애 아빠가 춤바람난다고 말렸어요. 하지만 동사무소에서 동네 아줌마끼리 배운다니까 아무말 않더라구요"라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동사무소나 구청의 문화센터는 스포츠댄스나 에어로빅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호응이 좋아 중급 강좌를 열고 있는 곳도 상당수 있다. 배워서 돈 벌자=문화강좌의 한 형태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은 제과제빵 퀼트 손뜨개질 메이크업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거나 나중에 부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강좌는 강남구처럼 평균소득이 많은 지역보다 그 외 지역에서 인기다. 여유시간을 투자해 나중에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하는 주부들이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안 무서워요=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강좌는 학구파 주부들의 선호 대상이다. 외국어 학원비가 한달에 10만원 가까이 되지만 구청에선 1만원 정도면 배울 수 있다. 최근엔 월드컵 열기와 함께 어학을 배우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일본어 중국어 등이 인기다. 이들 강좌는 주부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초부터 차근차근 진행된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강좌와 이벤트=최근 지자체들은 실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특강이나 이벤트를 마련해 인기를 끌고 있다. 마라톤 붐에 힘입어 마포구청은 다음달 5일 미니 마라톤 대회를 서울월드컵 경기장 주변에서 개최한다. 강남구청도 매주 금요일 오후 8시에 강남구민들을 대상으로 마라톤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강서구보건소에선 "주부스트레스 관리"(23일),"우리 아기 이유식"(30일) 등의 강좌를 마련해 생활상식을 전해준다. 대부분의 문화복지센터에는 헬스센터가 있어 주민 누구나 체력을 단련할 수 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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