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악천후속에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중국 민항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블랙박스가 회수되고 기장이 생존한 것으로 확인돼 규명작업이 손 쉬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는 강한 바람과 짙은 안개로 인한 시계 불량, 비까지내리는 등 악천후가 사고를 유발한 중대한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당시 사고기 착륙을 유도했던 김해공항 관제탑 관계자의 진술을 감안해보면 악천후가 반드시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김해공항 지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조종사의 실수나 기체결함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김해공항 관제를 담당하고 있는 공군 제5전술 비행단측에 따르면 사고 비행기 착륙제한치는 구름 높이 700피트, 시정 2마일이지만 당시 기상은 구름 높이 1천피트, 시정 2.5마일로 착륙제한치 이내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김해공항의 풍향이 바다에서 사고지점쪽으로 불고 있는 상황이었기때문에 사고기는 바람을 안고 바다 방향으로 착륙하기 위해 활주로를 지나 신어산까지 선회한뒤 착륙해야 한다. 사고기는 그러나 선회비행을 시도하던중 선회지점을 잘못 고르는 바람에 예정항로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기 조종사와 관제탑 대화 내용을 분석해 보면 15일 오전 11시 20분15초에 `관제탑, 북쪽에서 남쪽으로 180도 방향으로 접근한다'고 기장이 관제탑은 `바퀴내림확인하라. 바람 방향 210도, 시야에 안잡힌다'고 응답했다. 관제탑의 `시야에 잡히지 않는다'는 지적은 사고기가 통상 착륙에 필요한 선회비행 궤도를 한참 벗어났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약 3분뒤인 오전 11시 23분께 관제탑으로부터 `위치를 다시 말하라'고 두차례나요구를 받은 조종사는 `최종 선회점에 있다'고 한뒤 교신이 두절됐는데 이는 선회궤도를 이탈한 사고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췄다가 갑자기 짙은 안개 속에 나타난돗대산을 발견하고 기수를 급하게 올리다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11시 18분께 김해공항 활주로 입구까지 계기 비행을 해 오던 사고기가 선회비행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활주로 타워와 수분간 교신이 이뤄지지 않은것 또한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활주로 타워가 비상주파수까지 동원, 항공기를 호출해 11시 20분 15초에 교신이다시 이뤄진 것은 교신 장치가 갑작스럽게 고장이 나면서 조종사가 당황했고 이 과정에서 선회비행 궤도를 이탈했을 가능성도 떠 오르고 있다. 물론 정확한 사고 경위는 회수된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해독하고 극적으로 생존한 사고기 조종사 우신루(吳新祿.31)씨를 상대로 조사가 이뤄지면 밝혀질 것이다. 우씨는 김해 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기자들과의 짧은 면담에서 "기장 경력 1년,김해공항 비행경력 5번"이라고 답변, 시계 비행에 필요한 김해공항 주변 지형을 충분히 숙지하는데는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사고 원인으로는 기체 결함 가능성이다. 사고기 탑승객 김문학(35.중국 동포)씨는 `착륙을 위해 안전벨트를 매라는 기내방송이 있자마자 기체가 급강하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엔진 고장이나 계기 이상으로인한 사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순 없다. 건설교통부와 부산지방항공청은 사고 조사를 위해 김해공항을 방문한 중국 민항총국 민항국처장과 사고기 회사 대표 등 중국측 사고조사반과 공동으로 조사를 하는과제를 안게 됐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