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대로 살아야 하지만 접대나 로비는 필수' '교통질서 지켜야 하지만 경찰 없으면 무단횡단 OK' '양보는 미덕이지만 지하철.버스 타면 앉은 자리 절대 사수'... 한국교육개발원이 21일 발표한 '한국인의 일그러진 자화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개발원은 전국 중.고교생 1천7백명과 성인 1천6백명을 대상으로 도덕성 의식과 실천 수준에 대해 조사한 '한국 사회의 도덕성 지표개발 연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 생각과 행동이 따로따로 ='양보하면 나만 손해'라고 생각하는 학생과 성인 모두 10% 안팎에 그쳐 비교적 높은 양보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임신부나 장애인이 타면 피곤해도 자리를 양보한다'는 성인은 전체의 78.9%인 반면 학생은 60.0%에 그쳤다. ◇ 사리사욕 위해서는 수단.방법 안 가려 ='원칙대로 살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학생과 성인 각각 19.7%와 24.9%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업이나 업무 추진을 잘하기 위해서는 로비나 접대가 필수'라고 생각하는 성인이 23.1%나 됐다. 또 '내가 원하는 일을 위해선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다'는 응답도 학생이 22.5%,성인은 10.1%로 나타났다. ◇ 실천 위주 도덕 교육 절실 =박효정 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학교 교육이 입시 위주로 흐르다보니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협동심이 뛰어난 아이보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대우를 받고 있다"며 "도덕적 의식이나 행동 면에서 청소년들이 성인보다 뒤떨어지는 것은 도덕 교육이 한낱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