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초기에 발생한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미군 부대의 전쟁 일지(war diary)가 작성됐다는 증언이 새로 발견돼 책임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던 미군의 주장이 무색해지게 됐다. 미국에서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의 법적 문제를 대행하고 있는 마이클 최(한국명최영) 변호사는 1일 "미 육군 감찰관실에서 넘겨 받은 노근리 조사기록에서 당시 전쟁 일지를 작성했다는 병사의 증언을 발견했다"고 말하고 "현재 증언자의 신원과 누락된 조사기록 등의 공개를 미 국방부에 요구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가 공개한 기록에서 노근리에 주둔했던 미군의 중대본부 행정병이었던증언자는 "대위(중대장)의 명령으로 지휘부 천막에 갔다가 손으로 적은 사건 보고서를 우연히 봤다"고 술회하고 "거기에는 그들(미군)은 길을 따라 내려오는 300여명의민간인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적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감찰관실이 지난 2000년 6월30일 오후 12시-1시35분까지 실시한 전화 인터뷰에서 증언자는 "하루쯤 지나서 그것을 전쟁 일지에 다시 타이핑해서 옮겼고 그들을 보기도 했기 때문에 그 특별한 항목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다른 한국전 참전 부대들과는 달리 유독 노근리 주둔 부대만 전쟁일지가 없다는 미군측 주장의 허구성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미국 민사소송법상 증거가 없으면 증거 작성자의 증언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규정을 원용할 수있으므로 사건의 진상 규명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증언은 한국전 당시 노근리에서 민간인에 대한 지휘관의 발포 강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서한을 최근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에 보냈다가 번복한 조지 얼리(68.미 오하이오주 톨레도 거주)씨와 함께 미 육군의 노근리 사건 진상 규명 작업이 미흡했음을 보여 주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조사기록 공개를 감찰관실에 요구, 지난해 9-11월 3차례에 걸쳐 900여쪽을 넘겨 받았으나 일부 기록은 아예 누락됐고 이름, 사회보장번호, 주소 등 증언자의 신원을 비롯한 핵심 내용이 대거 삭제돼 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말 미 국방부를 상대로 조사기록의 완전한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며 이달 중에는 법원의 심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