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아가동산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 발굴을 두고 아가동산내 주민들간 마찰이 발생했다. 3일 오전 아가동산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김기순(金己順.60)씨를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은 지난 88년 김씨의 지시로 폭행당해 숨진 강미경(당시 21세.여)씨의 시신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굴착기 2대를 동원, 발굴 작업을 실시하려 했다. 강씨를 매장했다고 밝힌 윤방수씨는 "88년 당시 김씨의 매장 지시를 받고 동료2명과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던 강씨를 매장했다"며 "지금이라도 땅을 파보면 강씨의 시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강씨의 아버지 강성진(66)씨는 이천경찰서장에게 보낸 사체발굴신고서를 통해 "딸의 시신을 찾아 묘소에 안치시키고 싶으나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물리적 충돌 없이 발굴 작업이 실시되도록 조치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기순씨측 주민들은 "지난 96년 검찰의 지시로 이미 발굴 작업을 펼쳤으나 시신은 발굴되지 않았다"며 "애써 원상복구한 각종 시설물들을 다시 파헤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굴 작업을 둘러싸고 주민들 사이에서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가동산 주민 안동조씨는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을 이제 와 일부 주민들의 주장으로 다시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발굴한다면 모를까 일방적인 주장에 따른 발굴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굴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떳떳하다면 왜 발굴작업을 막느냐"며 "김기순씨의 잘못이 드러날까봐 두려워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경찰관계자는 "일반적인 땅 파기가 아닌 사체 발굴은 검찰의 지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주민 일부의 일방적인 사체 발굴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주민들간 물리적 마찰이 빚어진다면 공권력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천=연합뉴스) 신영근기자 drop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