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생끝에 고국의 품에 안긴 권희로씨가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너무 소란스럽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법무당국에 가석방 청원을 하는 등 박삼중스님과 함께 권씨의 석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해창 전 법무부장관은 7일 "수십년간 이국의 감옥에
갇혀 고생하다 고국에 돌아온 권씨를 온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전장관은 "법 집행자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보잘 것 없는
나를 믿고 가석방 청원을 받아들인 일본 법무당국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권씨의 석방이 한.일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권씨 석방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정 전장관은 4~5년전 평소
친분이 있던 삼중스님이 이 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도울 방법
을 찾기 시작했다.

한국범죄방지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정 전장관은 일본의 아시아 범죄방지재단
관계자 등과 수차례 접촉, 일본내 분위기를 탐색해본 결과 법무당국에
호소하면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지난해 가을 본격적인 석방
운동에 들어갔다.

그는 우선 평소 친분을 유지해 온 일본내 지인들을 통해 권씨 석방의 정당성
과 이와 관련한 국내여론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또 검찰재직시부터 알고 지내는 일본 법무당국자들을 상대로 줄기차게
권씨의 가석방을 요구한 결과 "먼저 권씨에 대한 교화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가 석방을 위한 집요한 "물밑외교"를 계속하는 사이 삼중스님은 전면에
나서 끈질긴 석방운동을 펼쳤다.

정 전장관은 "삼중스님의 엄청난 노력이 없었다면 권씨의 석방은 불가능
했다. 일본 당국자들도 스님의 열의에 감명받았다고 들었다"며 공을 삼중스님
에게 돌렸다.

석방노력에는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삼중스님과 권씨의 면담을 극비에 부치기로 일본측에 약속했지만
중간에 언론에 알려져 석방에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크게 걱정하기도 했다.

권씨는 오는 9일 서울로 올라온 뒤 정 전장관을 가장 먼저 찾아 그동안 석방
을위해 애쓴데 대해 고맙다는 인사를 할 예정이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