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0시 서울시의회 97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린 시의회본관
대회의실.

서울시정의 총책임자인 조순 시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개회가 지연되다가 결국 정회를 거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장측근은 "시정본위의 질문이 아닌 정치적 공세를 들을 필요도 답변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의회가 시정은 뒷전에 둔채 소속정당의 선봉대역할을 하는데 대한 불만
이라는 얘기다.

사실 지난 26일 임시회가 열린이후 조시장은 연일 곤욕을 치렀다.

"배신자" "탕녀" 등 참기 어려운 말도 들었다.

결국 조시장은 시의회에 참석해봐야 얻을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같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청주변에서는 말들이 많다.

시장직을 고수하려면 재직동안 최선을 다하고 그렇지 않으면 조기 사퇴
하는게 차라리 낫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3일 시청기자실에서 대권출마의사를 밝힌 조시장은 "시장직
을 사퇴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정공백은 없을 것이라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다짐은 말로만 끝나고 있다.

시가 기세좋게 추진하던 복지사업 시영버스운영 등은 의회파행으로 연내
실시가 어렵게 됐다.

시청공무원들 사이에는 "복지부동"이 상책이란 생각이 퍼져있다.

한 시공무원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데 시정을 제대로 돌볼 겨를이
있겠냐. 조기 사퇴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며 아예 일손을 놓았다.

당리를 앞세운 시의원과 똑같이 정치적인 입장에서 맞대응하는 조시장.

그 사이에는 1천1백만 서울시민들의 생활이 전혀 끼여들지 못하고 맴돌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크다.

김준현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