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용 영어 참고서가 읽기 쓰기 위주로 지나치게 어렵게 구성돼
초등학생들이 영어에 친숙해지도록 하자는 교육부의 영어교육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영어과목이 정규교과로 편성된뒤
어린이용 영어참고서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으나 대부분이 기존 중.고교
영어참고서를 모방해 성인들도 배우기에 까다로운 단어와 문장중심으로
편성돼 있는 것.

현재 초등학교 3학년 영어교과서가 제목만 빼고 전부 그림만으로 채워
말하기 듣기에 촛점을 맞춘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D출판사는 최근 성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라는 책을 어린이용으로 제작해 판매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고교생 이상의 영어 수준을 갖춰야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1권 13쪽의 "campground,graveyard...", 2권 33쪽 "legend,beaver,black
money,blacksmith..." 등을 보면 이 참고서가 초등학생을 위한 책인가
의심을 갖게 한다.

게다가 설명도 초등학생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장문으로
돼 있다.

H출판사의 "놀이로 가르치는 초등학교 영어"라는 책 45쪽 있는
단어를 보면 "bulldog clip,rubber band,vacuum cleaner,microwave
oven..." 등 대학생도 잘 모르는 어휘들이 수두룩하다.

이 책은 책말미에 교육부가 발행한 "6차 국민학교 교육과정"을 참고
문헌으로 했다고 적고 있다.

심지어 P출판사가 낸 "와우!ENGLISH CHANT"라는 책은 단어도 아닌
영어 문장중심으로 영어를 익히도록 구성했다.

이밖에 <>외국소설을 영어 만화로 만든 책 <>외국교재를 번역한 책
<>문법 위주의 책 <>초등학생용 영어사전 등 기존의 중.고.대학생용으로
나온 영어참고서를 답습하는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고서 구입비도 보통 책 한권이 5천~6천원대인데다 테이프를 별도로
구입해야 해 1~2만원을 넘기는게 대다수이고 테이프를 포함해 10만원이
넘는 책도 많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영어 수업이 교사와 테이프를 통해 노래, 게임 등
다양한 놀이 위주로 진행되도록 했다.

영어 단어도 1백단어 정도만 배우도록 하고 쓰기도 5학년이 돼야
알파벳부터 쓰도록 지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제작된 참고서들은 초등학생들에게 자칫 영어에
흥미를 뺏어갈 수 있다는게 학부모와 교사들의 지적이다.

3학년 자녀를 둔 이숙자씨 (36.주부.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는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참고서를 구입했지만 너무 어려워
아이가 배우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며 "초등학교용 영어 참고서는 아예
나오지 않는게 애들 교육상 낫다"고 말했다.

교육부 구학봉 초등장학관은 "출판사가 낸 영어참고서는 학생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고 학부모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어 문제"라며
"초등학교때는 영어에 친숙해지는게 중요하므로 학부모들은 학교 수업을
믿고 불필요한 참고서 구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