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울산시 남구 효문공단내 위치한 정일공업(주)는 현대자동차에
워트펌프 오일펌프 등 각종 펌프류를 공급하는 협력회사다.

지난64년 창립된 이회사는 노동운동의 메카인 울산에서 단 한차례의
파업도 없이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발전시키고 있는 모범적인 회사다.

그렇다고 노사간 갈등이 전혀없었던 것은 아니다.

극한 대립은 없지만 서로 믿지 않는 불신의 벽은 높은 편이었다.

이같은 미완의 노사관계가 협력적.생산적 관계로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초 엄성섭 사장이 부임하면서부터.

현대자동차와 현대정공에서 25년동안 닦은 품질관리와 생산관리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모습을 완전히 변신시켰다.

1차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 나갔다.

깨끗한 곳에서 사람의 마음이 달라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한 것이다.

먼저 공장입구가 달라졌다.

시멘트포장으로 울퉁불퉁하던 진입로가 아스팔트로 산뜻하게 포장돼
근로자들의 출근길을 즐겁게 했다.

공장내의 모습은 1백80도 변했다.

기름걸레 쇠부스러기 슬러지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그야말로 시장
바닥같은 현장이 말끔히 정리정돈됐다.

공장내 간막이 벽을 허물고 대대적인 수술도 단행했다.

부품과 장비가 제자리를 찾았고 현장바닥은 집안처럼 깨끗해졌다.

엄사장은 또 공장곳곳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한아름 주워 임단협
협상장에 들고 들어가 협상테이블에 쏟아 부으면서 이래서 되겠냐고
설득도 했다.

1년동안 인근 소주집에서 근로자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현장을
파악했다.

이같은 엄사장의 개혁과 노력은 근로자들을 감동시켰고 사장의 진정한
뜻을 이해한 근로자들은 회사를 믿고 따르게 됐다.

노조도 무리한 요구는 하지않고 회사몫을 키워 우리의 몫을 늘리자는
실속있는 노동운동론을 주창하고 있다.

김복천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이 모든 것을 원리원칙대로 하기때문에
가끔 어려울때도 있지만 믿음과 신뢰가 다져져 있어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단협에서 노사는 주 44시간 근무에서 4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2시간
단축했다.

사장은 근무시간 단축대신 그만큼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을 요구했고
노조는 이를 전격 받아들였다.

그동안 출퇴근시간과 휴식시간때 발생하는 생산 공백시간을 줄여 44시간
근무때와 같은 생산량을 달성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1년간 자연퇴사등 근로자 50여명이 줄었으나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도 오히려 생산성이 6% 향상된 점이다.

회사는 불필요한 것 없애기 인력적정배치 라인개선 등을 통해 이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노사는 공동으로 올해초부터 1백PPM운동을 총력 전개하고 있다.

노조는 처음에 회사가 1백PPM운동을 통해 노동강도를 높이려한다는
인식때문에 참여를 꺼렸다.

그러나 모기업의 요구사항인 1백PPM을 달성하지 못하면 신규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노사 모두 인식한후 지금은 위원장이 직접나서
근로자를 독려하고 있다.

"생산제품이 정밀부품으로 1백PPM 추진이 다소 지연됐으나 노사가
한마음으로 뭉쳐 1백PPM달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경경환 공장장
(전무)은 자신있게 얘기했다.

노조에 대한 근로자들의 신임 또한 남다르다.

이는 지난87년 집행부가 결성이후 불신임받지 않고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데서도 알수있다.

현 노조위원장은 초대 사무장을 거쳐 지난90년부터 3대째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만큼 노노간 신뢰가 높다는 뜻이다.

노사는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노사화합 평화전진대회를
개최하고 국제화 세계화시대를 맞아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착시킬 것을 다짐했다.

이제 이회사 노사는 지난 4월 세계 일류화 추진발대식을 갖고 불량율
63PPM이하를 달성목표로 하는 JQ063운동을 공동으로 추진중이다.

엄사장은 "마른 수건에서 물 짜낸다는식의 원가절감과 품질향상만이
경쟁시대에서 생존하는 방법이며 노사가 한몸으로 이를 이겨내고 있다"고
노사화합의 장점을 힘주어 강조했다.

< 울산 = 김문권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