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지법 형사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
2차공판은 1차 공판때와는 달리 다소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노씨를 필두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의 순으로 입정한 15명의 피고인들은 이미 한차례 경험해
본 일을 또 겪는다는 듯이 시종일관 침착한 자세로 재판에 임했다.

또 이날 재판은 피고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으로
이루어져 검찰의 날카로운 직접신문이 펼쳐졌던 1차 재판에 비해서는
긴장감마저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방청석은 1차 재판때와 마찬가지로 노씨의 장남 재헌씨와 최석립
전경호실장, 박영훈 비서관 등 노씨의 측근인사들과 나머지 14명 피고인의
관계자들이 빽빽히 자리를 매운채 진지한 표정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특히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이현우전경호실장의 반대신문을 맡은 김유후
변호사가 재판장인 김영일부장판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씨를 계속
"대통령"으로 호칭하다 반대신문 순서가 맨뒤로 바뀌어지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55분께 법정에 출두한 노씨는 흰색상의에 회색하의를
입었던 1차공판때와는 달리 하늘색수의를 입고 입정.

다소 피곤하고 긴장된 표정의 노씨는 피고인석 앞자리에 않자마자 옆과
뒤에 착석한 일부 재벌총수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건넸고 총수들은
이에 고개를 숙이며 화답.

<>.노씨의 아들 재헌씨는 오전9시40분께 법정에 들어와 방청석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양복차림의 노씨는 고개를 약간 숙인채 굳은 표정으로 아무말없이 공판
속개를 기다리며 좌정.

이날 방청석에는 1차때와 마찬가지로 총수들의 변론현장을 지켜보기위해
입장한 재벌기업관계자 50여명이 자리를 메우기도.

노씨의 변호인 김유후변호사등 15명의 피고인 변호인 22명이 오전 9시
50분까지 입정을 완료했으며 문영호검사 등 검사4명도 거의 같은 시각에
입장.

<>.재판장인 김영일부장판사는 이날 변호인 반대신문에 앞서 1차공판때
검찰신문내용을 중심으로 피고인을 상대로 보충신문을 이례적으로
40여분간 진행.

재판부는 노씨를 비롯한 피고인들의 공소내용을 중심으로 검찰신문사항과
피고인들의 답변내용을 일일이 확인.

법원의 한관계자는 "재판부의 보충신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지만 뇌물사건의 성격상 돈의 성격을 놓고 쌍방간 지나친 법리논쟁이
벌어져 공판진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미리 쐐기를 박자는 의도로
볼수 있다"고 분석.

<>.피고인 호칭을 놓고 재판장 김영일부장판사와 김유후변호사간의
신경전이 벌어져 이채.

이날 이현우피고인의 반대신문에 나선 김변호사는 변론을 시작하자마자
항간에 떠도는 노피고인과 이피고인간의 불화설을 부인하는 요지의 발언을
하다 재판장으로부터 한차례 제지를 받았다.

본격 반대신문에 들어간 김변호사는 큰 목소리로 노피고인에 대한 호칭을
대통령으로 사용하자 재판장은 언짢은듯 "호칭은 변론이더라도 피고인으로
통일돼 있다"고 강조.

이어 계속해서 김변호사가 노대통령이라는 호칭을 계속 사용하자 재판장은
몹시 불쾌한 표정으로 "호칭은 아무개피고인으로 하라" "더이상 주의를
받지 않도록 해달"고 두차례나 제지.

<>.이날 오전 9시20분께 대검중수부직원 2명이 보자기에 싼 9천여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들고 법정으로 들어간뒤 이경훈(주)대우사장측의
김영진, 장수길 변호사, 이건 대호건설 사장측의 이진강 변호사가 잇따라
2층 검색대를 거쳐 입정.

이어 최석립 전청와대 경호실장, 노씨 장남인 재헌씨가 침통한 표정으로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거부하며 2층 검색대를 통과했으며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은 지병으로 휠체어를 타고 2층검색대를 피해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입정.

뒤이어 기업인 피고인들이 입정했으며 이들은 기자들이 소감등을 묻는
질문에는 한결같이 함구로 일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반대신문을 진행하면서 선대부터의 가훈을
공개해 눈길.

이회장은 "선대로부터 "이권확보를 위한 뇌물을 제공해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이 공들여 만든 기업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때 이를
인수해서는 안된다" "술 담배등 건강에 해롭거나 인명살상을 위한 무기
생산은 안된다"는 등 3가지 가훈이 있다"고 소개한뒤 "이같은 가훈에서도
알수 있듯이 노씨에게 뇌물을 준 사실은 없다"고 강조.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