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전대통령은 3일 안양교도소의 3평짜리 독방에서 치욕의 첫밤을 보냈
다.

예우받던 전직대통령에서 미결수의 신분으로 보낸 하루밤이었다.

전날 자신의 연희동사저앞에서 측근들을 대동하고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던
"당당했던"(?)모습도 수의를 입은 그에겐 더이상 엿보이지않았다.

그는 일개 피의자신분으로 전락했기때문. 전씨는 밤새 백열등이 켜져있는
독방에서 자신의 64년인생을 곱씹으며 메트리스가 깔려있는 목조침대위에서
뒤척였다.

수감자들의 자해방지를 위해 켜놓은 백열등이 그에겐 오히려 어둠보다도
더 치욕스러운 불빛이었다.

안양교도소는 시설이 낡아 방마다 별도의 난방시설은 없고 복도천정을 통
해스팀이 들어오는 것이 고작이라는게 교도소측의 설명이다.

전씨는 매트리스와 담요3장에 의지해 추위를 이겨야했다.

더욱이 이날밤 서울 경기지방의 수은주가 다시 내려가 영하 3도를 기록한
점에 비춰 몸과 마음이 가장 썰렁한 하루밤을 지냈을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잠자리에 들기전 일반재소자와 마찬가지로 취침점호를 받았고 4일
오전 6시30분에 울려퍼지는 기상나팔소리와 함께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한뒤
기상점호를 받는다.

식사는 배추김치 단무지 된장국등과 쌀 보리가 8대2로 섞인 1식3찬이 제공
된다.

전씨는 새벽 검찰에 전격 검거돼 압송됐는데도 아침은 물론 점심식사도 거
른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의 하루스케줄은 아침 8시,정오,오후 5시 세차례의 식사와 하루 30분
간 운동이 전부이다.

본인이 원하면 신문을 2종이상 볼수있다.

그러나 미결수여서 목욕은 허용되지않는다.

전씨는 이에앞서 이날 오전 교도소 보안과 입출소실에서 입고온 검은색외
투와 흰색목도리,와이셔츠등을 벗고 옷속에 "부정품"과 "부정서신"이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검신절차를 밟고 연희동에서 가져온 상의 흰색과 하의 쥐색
의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다음은 신분확인절차."이름은 무엇입니까""전두환입니다""주민등록번호는.
죄명은.". 이어 네자리수 죄수번호가 쓰여진 헝겊 2장을 받고 의무과에 가
서 몸무게와 혈압등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았다.

당직계장은 그에게 금연 금주등 수감자가 지켜야할 사항을 일일이 설명했
다.

전씨가 일반재소자와 같이 자신의 죄수번호를 수의에 직접 바느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송진흡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