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은 16일중 노전대통령의 구속으로
종착역을 맞게 됐다.

검찰의 15일 2차소환은 바로 단순한 소환조사가 아닌 구속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대통령을 구치소로 보내는수치의 역사를
16일 보게 되는 것이다.

검찰의 당초 재소환-사법처리 일정은 내주로 잡혀있었다.

정치권의 안테나도대체로 이런 줄기에 초점을 맞췄다.

일반적인 전망과 달리 이처럼 검찰의 사법처리수순이 빨라진 배경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더이상 수사를 장기화할 경우 현실적으로 정계와 재계에 심각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재계는 치유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

30대그룹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그룹총수들의 잇따른 검찰소환은 전세계에 전해져 한국그룹총수들의
이미지는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외국에서는 한국기업들이 뇌물로 커왔다는 인상이 심어졌다.

그동안 쌓아올렸던 국제공신력이 일거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가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서도 이미 그룹총수들이 조사받은 마당에 이젠 끝낼
때가 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기사법처리는 재계의 이같은 주장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재계는 비자금사건이후 중소기업들의 자금난과 부도급증 사채시장
냉각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비자금 사건을 더 끌 경우 피해는 더 커질 수있다는 설명이 작용한 것이다.

결국 밝힐 것은 밝히되 피해를 이쯤에서 최소화하자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비자금사건이후 여야간에는 골목싸움질처럼 막말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꼴을 보였다.

지난달 19일부터 정계는 비자금사건으로 내년도 예산심의에도 신경을
쏟지 못하고 있다.

정기국회가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 조차 안중에 없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정치혼란을 이유로 비자금사건을 어물쩡하게 넘어가선 안되지만 더이상
소모전으로 치달을 수는 없다는 시각도 조기사법처리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검찰이 조기구속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노전대통령에
대한 결정적인 뇌물수수혐의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노전대통령을 구속할 만한 증거를 잡은 이상 더이상 사법처리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칫 사법처리시기를 늦출 경우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검찰은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6공당시 대형 국책사업과 및 이권사업과
연루된 뇌물성자금에서 조성된 사실을 확인한 상태이다.

뇌물성입증을 위해 검찰은 그동안 거의 모든 시중은행에 개설된
노전대통령관련 계좌추적작업을 벌였다.

더 나아가 거의 모든 30대 대기업총수들에 대한무차별적인 소환조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노전대통령의 동서인 금진호의원과 동생 재우씨를 비롯,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 이태진전경리과장 등 관련 친인척과 측근들도 필요할
때마다 검찰로 불러들였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6공당시 한전원전건설사업 영종도신공항건설사업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율곡사업등과 관련해 노전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규모는 3천5백억원 가량된다는게 검찰의 분석이다.

잔액도 노전대통령이 밝힌대로 1천8백57억원을 거의 확인했다.

이 비자금규모는 노전대통령이 밝힌 5천억원보다 1천5백억원이 모자라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3천5백억원으로도 사법처리하는데 "넘치는 액수"라는게
검찰의 입장이다.

남은 1천5백억원은 장기과제로 남겨두고 차차 수사를 벌인다는게 검찰의
계산이다.

여기에 매달려 노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늦출 필요가 없다는 얘기
이다.

이외에도 노전대통령이 뇌물성자금으로 조성한 돈으로 수도권일대 부동산을
매입하고 친인척명의로 분산은닉해온 일부 혐의도 확인한 상태이다.

사돈기업인 동방유량의 계열사 경한산업명의로 된 서울센터빌딩 동호빌딩
비락냉장 등의 부동산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조성된 혐의도 상당 부분
확보했다.

노전대통령의 사법처리가 이처럼 의외로 빨라짐에 따라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조성에 깊숙히 개입한 금진호의원과 이현우전경호실장 등 친인척과
측근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와함께 노전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기업에 대한 사법처리수위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