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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정종태 기자
    정종태 기자 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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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입니다

  • [정종태 칼럼] 한 경제 원로의 좌절된 꿈

    “나는 박정희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당신은 그의 딸 박근혜의 초대 경제수석을 했으니 보통 인연이 아닙니다. 같이 뜻을 모읍시다.”2년 전 어느 날 신동식 전 경제수석은 조원동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 전 수석은 1965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박정희에게 발탁돼 한국 조선산업의 기틀을 닦은 주역이다.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한국해사기술 회장을 맡아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그런 그가 이번에는 탈(脫)탄소 미래 기술 국산화에 여생을 바치고 있다. 탄소포집 기술 개발 전문기업(카본코리아)을 세워 한참 후배인 조 전 수석을 불러들인 것. “그분 나이에 무얼 바라겠냐. 기후 대응에 무방비로 노출된 국내 산업과 기업을 위해 원천기술을 개발해 남기자는 소명의식이 전부”라는 게 조 전 수석의 얘기다.하지만 이 회사가 맞닥뜨린 가혹한 현실은 한국이 탈탄소를 위해 국제사회에 섣불리 과도한 공약을 던져놓고 뒷수습은커녕 무전략으로 일관하면서 어떻게 방치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기업들은 얼마나 많은 수업료를 부담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신 전 수석이 탄소포집 기술 개발에 뛰어든 계기는 이렇다. 우리나라가 2018년 유엔에 수정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년까지 40% 감축)는 주요국의 목표치를 훌쩍 웃돈다. 감축 수단도 마땅치 않은 마당에 가장 의욕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이다.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 첫째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려 탄소 배출을 줄여가는 것인데, 태양광 수력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국내 지리적 환경 여건을 감안하면 대체 주력에너지로 사용하기는 역부족이다. 남은 방법은 탄소를 포집해 없애는 것으로

    2024.04.07 17:43
  • [정종태 칼럼] K디스카운트 논쟁의 엉뚱한 결론

    한국 주식의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쟁에서 정부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상장사가 현금만 쌓아놓고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아 주가가 낮게 유지되는 것이니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에 적극 나서라는 게 정부 논리다.미국과 일본 증시가 역사적 고점 수준을 연일 경신하며 축포를 터뜨리는 사이 한국 증시만 맥을 못 추고 있으니 정부로선 초조하고 답답할 것이다. 1000만 주식 투자자의 불만을 달랠 변명과 타깃이 필요하긴 할 거다. 더구나 4·10 총선을 앞둔 시점이기도 하니….정부는 지난주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이라는 걸 발표하고 상장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에는 누구보다 앞장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은 대놓고 으름장을 놨다. 주주환원 등 일정 조건에 못 미친 상장사에 거래소 퇴출이라는 강수를 두겠다고 했다.정부가 벤치마크했다는 일본 역시 정부가 주주환원을 적극 유도하는 정책을 폈으니,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문제는 저평가 논쟁이 엉뚱한 결론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인데 정부라고 해서 모르진 않을 것이다. 정부가 상장사를 압박할수록 시장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두 집단이 있다.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과 슈퍼개미들이다.코리아 디스카운트 논쟁의 단초를 제공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거래소 방문길에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 “대주주가 임명한 경영진이 소액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상법을 꾸준히 바꿔서라도 (그러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공교롭게도 적대적 M&A 세력, 슈퍼개미들의 주장과 맥락이 같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2024.03.05 17:58
  • [정종태 칼럼] '가랑비에 옷 젖는' 감세가 위험하다

    거시를 주로 다루는 정책 관료들은 세금과 재정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편이다. 정책의 목표인 성장률 제고를 위해 세금 깎아주고, 돈 푸는 건 당연하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경제관료 38년간 세제 예산 재정은 거치지 않고 정책만 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예외는 아니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한경밀레니엄포럼에 나와 스스로 고백했다. “과거 정책을 짤 때 솔직히 건전재정이란 단어에 반감을 가지기도 했다. 돈을 써야 경제가 사는데, 돈을 안 쓰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거였다.”부총리가 된 그는 과연 달라졌을까. 그가 취임하고 나서 최근 한 달간 정부가 쏟아낸 정책 중 상당수는 감세와 관련된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등 숫자를 세보면 대략 20개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세수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시행 후 실제 세수에 영향을 주는 내년 이후부턴 세수 감소 효과가 연간 2조5000억~3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국회예산정책처 등의 추산이다.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56조4000억원)를 냈고,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에 육박한 상황에서 잇단 감세안 발표는 이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건전재정 원칙을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만하다. 이런 비판에 더불어민주당도 숟가락을 얹어 ‘감세 포퓰리즘’이라고 싸잡아 공격하지만, 지난 정부 때 정권을 잡은 그들이야말로 진짜 포퓰리즘으로 재정을 망가뜨린 원죄가 있으므로 그리 주장할 자격은 없다.건전재정 위협에 대한 정부의 방어 논리는 ‘낙수효과

    2024.02.05 17:58
  • [정종태 칼럼] 대통령이 사무관 보고를 받아보면 어떨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서울 통의동에서 당시 편집국장 몇 명과 번개 오찬을 한 적이 있다. 여러 질문답변이 오가던 중 국정 운영 방식과 관련해 “박정희 리더십을 공부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사무관을 직접 불러 보고받기도 했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했다. 박정희의 ‘관료 용인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거였다.그러면서 본인의 경험도 얘기했다. “검찰총장 때 중요한 수사 보고를 받을 때는 항상 선임검사를 자리하도록 했다. 회의가 끝나면 다 내보내고 그 선임검사와 마주 앉아 30분가량 더 대화하곤 했다. 그러면 수사의 전체 맥락이 정확히 파악된다.”당시 윤 대통령의 말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대통령이 나서 일선 공무원과 직접 소통하면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대변되는 관료사회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사실 정책이란 게 아무리 훌륭해도 실행하는 공무원들이 밑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모든 정권마다 규제를 혁파하겠다며 대통령이 부르짖어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실행 조직인 공직사회가 꿈쩍하지 않기 때문이다.기대가 컸던 걸까. 윤 대통령 취임 후 2년이 가까워 오지만 지금까지 대통령이 사무관, 과장한테 직보를 받았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 대통령과 관료들이 한 몸처럼 움직여도 부족할 판에 대통령을 대하는 공무원들의 자세는 더 굳어지는 분위기다.사실 지금 공직사회는 최악을 넘어 붕괴 직전이다. 대한민국을 이끌던 관료 조직이 이렇게 된 데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 모든 부처마다 이른바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

    2024.01.09 17:13
  • [정종태 칼럼] 돈풀기에 약자가 저항해야 하는 이유

    대선 후보들이 막판까지 침묵을 지키는 게 있다. 인플레다. 하루하루 생계가 걱정인 국민에게는 사실 대장동이니, 검찰공화국이니 하는 논란은 다 한가한 얘기다. 전방위로 치솟는 물가만큼 당장 큰 걱정거리는 없다. 누가 대권을 잡더라도 집권 후 가장 시급한 경제 현안은 바로 인플레일 것이다.그런데 ‘경제 대통령’을 자처하는 대선 주자 입에서 인플레를 잡겠다는 공약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막대한 돈 살포 공약을 쏟아내면서 물가를 잡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서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다.약자를 위한답시고 내놓은 정책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약자를 힘들게 했는지는 이 정부 들어 무수히 봐왔다. 돈 풀기 역시 경제적 약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명분으로 내건다.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난주 열린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 한 논문이 발표됐다. ‘가계 이전지출과 소득 불평등 간의 상관관계’라는 제목의 논문은 언론에 주목받지 못했지만, 여기에는 정부는 물론 대선 후보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세 명의 경제학자가 쓴 이 논문의 결론부터 소개하면, 정부가 가계 이전소득을 늘려줄수록 장기적으로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전소득은 재난지원금처럼 정부가 무상으로 가계에 지원해 생기는 소득이다. 저자들은 “이전소득 증가가 저소득층 가계의 복지 의존성을 높여 장기적인 소득 창출 기회를 제약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 국면에서처럼 피해는 저소득층에 집중되는데,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소득 상위계층의 여윳돈만 불려줘 불평등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2022.02.28 17:24
  • [정종태 칼럼] 다음 정부는 '독박' 쓰게 돼 있다

    문재인 정부만큼 운 좋은 정부가 있을까. 숱한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임기를 버텨온 건 과거 정부에서 넘겨받은 유산 덕분이 크다.이 정부가 지난 4년 반 동안 곳간을 활짝 열어젖힌 것도 부족해 400조원 이상의 빚을 내가며 마음껏 돈을 쓴 것은 과거 정부의 깐깐한 재정관리 덕에 가능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20년 가까이 재정당국의 첫 번째 미션은 건전재정, 균형재정이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하다는 ‘국가부채비율 40%’는 그렇게 지켜왔다.문 대통령이 “채무비율 40%를 유지해야 할 근거가 뭐냐?”고 던진 한마디에 마지노선은 무너졌고, 선진국 평균 부채비율 80%에는 한참 멀었다는 아전인수격 해석이 더해지면서 재정 원칙은 휴지조각이 됐다.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건전재정이란 단어만 꺼내도 마치 나라의 역적이라도 되는 양 취급받았다.무리한 탈원전에도 전력대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것 역시 이명박 정부 때부터 원전을 부지런히 지어 전력 예비율을 상대적으로 넉넉하게 관리해온 덕이 컸다. 정부는 탈원전을 외치면서도 전력 예비율이 위험수위에 올라 아쉬울 땐 원전과 화력발전 가동량을 늘리는 식으로 곶감 빼먹듯 했다.혜택은 혜택대로 다 받아먹은 이 정부는 정작 다음 정부엔 부담만 잔뜩 떠넘기고 있다. 이 정부가 재정관리를 포기한 사이 국가부채는 1000조원으로 급증했고, 채무비율도 40%대 후반으로 껑충 뛰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금 추세만 유지해도 다음 정부 말에는 60%대를 넘어서게 된다. 정부는 아직도 선진국의 부채수준과 비교하면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변하지만 이 대목에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 경고

    2022.01.24 17:25
  • [정종태 칼럼] 부작위(不作爲)의 죄

    일본의 고위 재무 관료가 얼마 전 정치권을 향해 독설을 퍼부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야노 고지 재무성 차관으로,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차관직은 관료그룹에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봉이다. 야노 차관은 일본 정치권의 돈 뿌리기를 로마 시대 우민화 정책 상징인 빵과 서커스에 비유하면서 일본이 침몰 직전의 타이타닉호와 같다고 했다.그러면서 그가 이런 말을 남겼는데,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재무성 인간이 침묵하고 있으면 안 된다. 나는 그것을 부작위의 죄라고 생각한다. 국가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봉급을 받아 일한다. 올바른 것을 말하는 개가 돼야 한다.”부작위(不作爲).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당시 그의 독설을 보면서 우리 한국의 상황을 말하는 것 아닌가, 순간 착각했다.재무성 격인 한국의 기획재정부는 어떤가. 지난 5년의 모습은 야노 차관의 독설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정권의 자동인출기(ATM).’ 처음부터 대놓고 재정을 퍼붓겠다는 정권의 국정운영 방향에 전혀 어긋남이 없이 곳간을 활짝 열어젖힌 곳이 기재부다.과거 기재부 선배들은 그러지 않았다. 돈 씀씀이를 편성하는 예산실의 첫 번째 직무수행 원칙은 한정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배정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매년 예산 편성 시즌이 되면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을 누가 더 많이 깎느냐를 놓고 예산실 과장들끼리 배틀이 벌어지는 게 일상이었다.예산실에서 그렇게 훈련받은 부총리는 엉뚱하게 반대로 갔다. 오히려 앞장서 곳간을 허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불가피했다고 방어하겠지만, 피해는 차별적인데 돈 풀기는 무차별적으로 한 것

    2021.12.27 17:20
  • [정종태 칼럼] 박진규 차관을 위한 변명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는 법에 규정돼 있긴 하다. “공무원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공직선거법 9조1항이 그것이다.법이란 게 일종의 원칙을 정한 것이지만, 현실은 법보다 훨씬 복잡하다. 우선 정치가 필요해서 공무원을 선거에 이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적인 사례 하나. 2012년 대선 때 박근혜를 당선시키는 데 기여했던 기초연금 공약에는 당시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동원됐다. 기재부 출신 의원이 공약을 짜면서 예산실 후배들을 이용했고, 예산실은 과거에 그래왔듯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공약 재원 대책을 촘촘히 짜서 갖다바쳤다. 어차피 공무원이란 존재가 정권 입장에선 기술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렇게 이용하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단순 기술자이길 거부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도 거꾸로 자신이 원하는 정책 방향을 정치에 반영시키고 싶은 공직자로서의 소명의식이 있을 수 있다. 잘못된 정치로 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1차적인 피해를 입는 당사자가 바로 공무원 자신들이기 때문이다.이런 측면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의 대선공약 발굴 지시가 ‘대선 줄대기’로 일방 매도되고 있는 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개인적으로도 궁금해 당시 박 차관이 주재한 1급 회의에서 무슨 얘기들이 오갔는지 탐문해봤다. 참석자들 얘기를 종합하면 박 차관의 문제의식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A씨에 따르면 “국회가 입법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데다 산업부는 예산권도 없으니 중장기 관점에서 펴야 할 산업정책을 여야 가리지 않고 각 캠프 공약에 반영시켜 정책으로 입안이 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였다”고

    2021.12.06 17:20
  • [정종태 칼럼] 부자 나라에 가난한 국민?

    국가 리더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사람은 대중을 현혹시키는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 최근 유권자들의 눈을 흐리게 한 대표 발언을 꼽자면 “부자 나라에 가난한 국민이 온당하냐”일 것이다. 여당의 대선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요구하며 한 말로, “올해 초과 세수가 40조원에 달할 만큼 정부 곳간이 넘치는데, 가난한 국민을 돕지 않을 거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주장이다.유권자들 가운데 “맞아, 그래”라고 손뼉을 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냉정히 한번 따져보자. 초과 세수, 우선 이 개념부터 잘못됐다. 정부가 예측한 세입예산보다 실제 세수가 더 늘어나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을 말하는 것인데,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이건 정부의 예측 오류에 따른 장부상 오차일 뿐 여윳돈은 아니다.정부는 이미 올해 예산을 짜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70조원이나 많은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40조원 더 걷힌다 해도 적자분을 메꾸기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그 가운데 30조원은 이미 지난 6월 2차 추경을 하면서 가불해 써버렸다. 나머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건 10조원가량인데, 이를 근거로 추가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자면서 ‘부자 나라-가난한 국민’ 프레임을 꺼내든 것이다.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을 되짚어보면 같은 패턴이 매년 반복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선 지출을 세입 증가율 범위 내로 엄격히 통제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 정부는 매년 지출을 경상성장률 세 배 이상으로 양껏 늘려 잡아놓고 세입은 그 절반 수준으로 적게 잡아왔다. 경제가 순항하던 2017년, 2018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놓고 적자재

    2021.11.15 17:30
  • [정종태 칼럼] 한수원 사장을 위한 변명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원전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상공부에서 공무원을 시작한 그는 부처 내 요직을 두루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행시(26회) 동기 중에서도 선두를 달리며 공무원의 꽃인 1급도 먼저 달았다. 그런데 그 자리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2011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시절 하필이면 블랙아웃(정전대란) 사태가 터진 것이다.징계까지 당한 이 일은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아 결국 차관으로 승진하지 못한 채 산업부를 나왔다. 그런 그가 현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의 선봉 역할인 한수원 사장 자리에 임명됐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원전 육성에 앞장서온 산업부 공무원 출신으로선 그동안의 소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역할을 떠맡아야 했기 때문.항간에선 그가 여러 번 고사했으나 탈원전을 추진한 정권한테는 중요한 자리여서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그와는 용문고 선후배 사이로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이 나서 설득해 승낙을 받아냈다는 얘기가 돌았다. 다음 자리로 산업부 장관을 보장받고 갔다는 확인 안 된 루머까지 나왔지만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어찌됐건 그는 한수원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특유의 돌격대장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취임 첫날 한수원 직원들을 강당에 불러모아 놓고 “에너지 정책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겠거든 떠나라”고 군기를 잡더니 기존 고위간부들을 대거 물갈이했다. 국내 원전 24기를 독점 운영하며 국가적 사업을 벌여온 한수원 직원들로선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이후 탈원전을 위한 절차는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됐다. 얼마 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1호기 원전을 조기폐쇄키로 결정한 데 이

    2021.10.25 17:05
  • [정종태 칼럼] 경제 대통령 기대, 또 접어야 하나

    2017년 대선 당시 관훈클럽 주최 유승민 후보 초청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적이 있다. 경제분야 검증을 맡아 질문을 던졌는데, 경제학 박사 출신인 해박한 유 후보의 허점을 공략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머리를 싸매고 공부했다.하지만 고백하자면 토론회에서 나는 유 후보에게 완패했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고는 던졌으나, 그는 모든 질문에 완벽한 논리로 방어했고, 민감한 문제에는 얄미울 정도로 요리조리 피해갔다. 토론회가 끝나고 패널단 평가에서 콘텐츠로만 따지면 압도적 1위 대통령감이라는 얘기가 오갔다. 당시 청중석에 있던 언론계 출신 원로 선배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렸다. 그의 한마디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똑똑하면 뭐해. 매력이 없는 걸….”그런 유 후보가 다시 대선 주자로 나섰다. 던지는 슬로건과 디테일한 공약은 5년 전보다 더 탄탄해 보인다. 여권 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야권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유승민을 꼽은 것도, 그가 후보 경쟁력 자체로는 최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유권자들한테 매력이 없다.지난 1년간 뜸을 한참 들이다 결국 대권도전을 택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이론에다 현실 경험까지, 경제 대통령감으로 이만한 주자가 없다. 최근 펴낸 《대한민국 금기깨기》 책을 보면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정책적 지향점과 그걸 이뤄낼 온갖 방책들이 가득하다. 40년 전문관료 출신에다 그만이 갖고 있는 내공이 느껴진다.하지만 그 역시 현실 정치의 벽을 몸소 체득하고 있을 거다. 낡은 ‘진영 정치’를 깨겠다며 출사표를 던지자마자 터진 초대형 정치 이슈들에 묻혀 김동연이란 존재감은 어디에도 보

    2021.10.04 17:17
  • [정종태 칼럼] 탈원전 블랙리스트, 그냥 덮어둘 건가

    기구한 운명의 한 공무원이 있었다. 엘리트가 모인다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승승장구했고, 선후배 동료들로부터 신망도 두터웠던 A. 공무원의 꽃이라는 1급 자리까지 올라 남부러울 게 없었다. 그런 그한테 불행은 난데없이 찾아왔다. 2017년 대통령선거와 함께.당시 대선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일방적 게임으로 치러졌다. 그때 문 후보가 내건 대표적 에너지 공약이 탈원전. 산업부에서 에너지정책을 총괄했던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문 후보가 당선돼 공약이 시행되기라도 하면 기존 정책을 다 뒤집어야 하기 때문. A는 수소문 끝에 공약 입안자가 모 대학 B교수라는 걸 알아내고 만남을 요청했다. B와 마주한 자리에서 그는 “탈원전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며 훈계하듯 얘기했다.5월 대선에서 문 후보가 당선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거꾸로 B한테서 먼저 보자는 연락이 왔다. 자리에 나갔더니 B는 다짜고짜 물었다. “그때 그 생각 아직도 유효하냐”고. B의 어깨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A는 뭔가 미심쩍었으나 “당연하다”는 답을 주고 헤어졌다. 그로부터 며칠 뒤 문 정부 초대 산업부 장관으로 B가 임명된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인사였다. A는 직감적으로 “내 공무원 생활도 이걸로 종쳤구나” 생각했다. 실제 B가 청문회를 통과해 취임하자마자 A는 옷을 벗고 집으로 갔다. 이런 걸 관운이라고 한다면 그는 지독히도 관운이 없었던 셈이다.B가 누군지 아마 짐작할 것이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다. 지금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 배임교사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그가 당시

    2021.09.06 17:38
  • [정종태 칼럼] 계란값 잡기와 부동산 대책

    홍남기 부총리가 개인 페이스북에 “계란값이 6000원대로 안정됐다”며 성과를 자랑한 걸 보고 과연 정부가 거둔 성과일까, 의문이 들었다. 지난 7개월 넘도록 계란과의 ‘전쟁’을 벌인 정부로선 ‘결국 계란의 항복을 받아냈다’고 승전고를 울리고 싶겠지만, 사실은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정부의 계란값 잡기를 되짚어보면 “어쩌면 저렇게 부동산 대책과 똑 닮았을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판박이다. ‘시장 가격은 찍어누르면 잡힌다’는 게 이 정부의 생각이니 그럴 만도 하긴 하다.계란값 파동이 벌어진 이유부터 따져보자. 작년 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정부는 대규모 살처분 조치부터 취했다. 산란계 전체의 20%를 없앴는데, 과도한 대응 탓에 계란값 파동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시장에 공급 충격을 줬으면, 그걸 풀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 건 기본 상식. 하지만 정부는 산란계 병아리 사육 같은 근본적인 대책은 항상 과거에도 그랬듯 후순위로 미뤄뒀다.공급 싹을 정부가 자른 건 부동산 대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불안 우려가 컸음에도 재건축을 꽉 틀어막은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임대차 3법 등 잇단 규제책을 쏟아내며 부동산 시장 전반에 공급 쇼크를 불러왔다.가격 급등에 대한 정부 대응 방식도 닮은꼴이다. 계란값이 고공행진하던 지난 7월 말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계란값 안정을 위해 전 부처가 나서라”고 다그치자 장관들은 너도나도 현장으로 달려가고, 부총리는 계란 한 판 값을 6000원 밑으로 떨어뜨리라며 ‘특단의 각오&rs

    2021.08.16 17:21
  • [정종태 칼럼] 전력대란 데자뷔

    그해 여름은 뜨거웠다. 8월을 넘겨 9월 한가위가 지났는데도 무더위는 꺾일 줄 몰랐다.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 예비율은 위험 수위까지 뚝뚝 떨어졌다. 전력 피크가 지났다며 발전소를 무더기 정비상태로 돌려놓은 전력거래소는 당황한 나머지 전기 사용을 강제로 막는 단전 조치를 취했다. 얼마나 급박했으면 정부 보고조차 깜빡한 채 스위치부터 껐을까. 2011년 9월 15일 사상 최악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은 그렇게 시작됐다.그 일로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질됐고, 에너지 라인도 줄줄이 옷을 벗었다. 그만둔 고위 관료 중에는 에너지 주무실장으로 언론 브리핑 때마다 해명에 진땀을 뺀 정재훈 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있었다. 전력수급 실패로 대란을 일으킨 실무 장본인이 이 정부 들어 전력공급 감소를 초래한 탈원전 정책을 최전선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걸 보면 운명도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당시 언론들은 정전대란 원인으로 ‘전력 당국의 안이한 대응’을 꼽았다. 늦더위가 예고됐는데도 예년대로 발전소를 가동중단해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인은 구조적인 데 있었다. 정부는 2년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걸 짠다. 향후 15년간의 전력수급을 전망하고 거기에 맞게 수요관리, 설비 증설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수요 가정이 틀리면 설비 증설계획이 틀어지고, 결과적으로 정전대란 사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정전대란이 벌어지기 5년 전인 2006년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력 수요 증가율은 매우 보수적으로 짜여졌다. 2020년까지 연평균 1.8%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3%대인 연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비하면 턱없

    2021.07.26 17:34
  • [정종태 칼럼] 한전, 차라리 상장폐지 하라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공무원 시절 공교롭게 한전 때문에 사표를 쓴 적이 있다. 한전이 추진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놓고 현실화 불가피론을 폈다가 제동이 걸리자 사표를 던지고 집으로 갔다.그런 정 사장이 이 정부 들어 산업부 차관으로 컴백했다가 한전으로 간 건 아이러니다. 에너지자원실장 시절 전기료 현실화는 그의 소신이었다. 한전은 정부가 대주주이지만 증시에 상장된 시장형 공기업이고, 원가 상승분은 당연히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그런 정 사장이 한전에 가자마자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은 더더욱 아이러니다. 본인은 당연히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부에 그렇게 건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 부담’을 핑계로 퇴짜를 놨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그널에도 인플레 우려는 없다던 정부다. 선거 앞두고 정권 눈치를 살핀 결정이란 건 삼척동자도 안다.월성1호기 조기폐쇄 여부를 놓고 실무진에서 가동 연장 보고서를 올리자 장관이 “너 죽을래?”라는 저렴한 언사로 협박하며 정권 뜻에 맞춰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를 뒤엎은 전력을 감안하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긴 하다.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전기료 동결은 시장을 대놓고 무시하는 이 정부의 오만함과 포퓰리즘, ‘내 임기에만 괜찮으면 된다’는 정권이기주의 등이 어우러진 정책 실패의 종합판이라는 점이다.사실 정권 초기 탈원전을 밀어붙일 때부터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했다. 원전의 발전단가는 태양광 풍력 등 다른 에너지원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런데도 탈원전에 부응하느라 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 도입비중을 늘리면서

    2021.07.05 17:25
  • [정종태 칼럼] 경제팀에 거는 마지막 기대

    통화와 재정당국의 엇박자는 늘 있는 일이지만 요즘처럼 극명하게 대비된 적도 없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인상 깜빡이를 부지런히 켜고 있는데, 정부는 ‘무슨 인플레 같은 소리냐’며 재정을 더 퍼부을 태세다. 이 정부 들어서만 벌써 아홉 번째 추경을 준비 중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 정도로 추경을 남발하진 않았다.경제팀이 그동안 한 일도 솔직히 돈풀기 외에는 없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가계소득을 채워줘야 한다며 한껏 재정을 늘리더니, 코로나 국면에서는 곳간이 비어가는데도 대놓고 빚(국채발행)을 늘려 무차별적으로 돈을 나눠줬다. 작년에만 다섯 차례에 걸쳐 86조3000억원을 풀었고, 이번에 준비 중인 추경까지 더하면 100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오죽하면 ‘기재부는 정권의 ATM’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을까.하지만 경제가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제팀의 ‘찐’ 실력을 증명할 때가 드디어 왔다. 지금의 경제 정상화는 과거 경기 사이클상 회복과는 엄연히 다르다. 정상적인 회복 과정에서는 적당한 인플레가 동반되고, 적당한 인플레는 경기회복을 더 빠르게 하는 선순환 기능을 한다.하지만 지금의 경기회복은 코로나19라는 비상국면에서 커질 대로 커진 양극화 속에 맞는 회복이다. 이른바 K자형 회복이다. 대기업과 코로나 수혜를 입은 테크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 중이지만, 코로나 타격이 집중된 중소제조업 자영업은 여전히 한겨울이다.게다가 역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재정을 풀어놓은 상태에서 코로나 백신으로 억눌린 소비가 폭발하면서 적정 수준을 넘어선 인플레를 유발할 우려도 크다. K자형 회복 과정에서 인플레

    2021.06.14 17:20
  • 영화 '아메리칸 셰프'로 본 SNS 경제학

    모든 사건은 거물 블로거 램지(올리버 플랫 분)가 요리사 칼(존 파브로 분)의 음식을 먹고 남긴 리뷰 한 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실망했다. 칼의 추락을 보여주는 요리. 별 두 개.’ 혹평에 상처 입은 칼은 트위터로 램지를 공개 저격한다. 둘의 설전은 SNS를 통해 생중계되고 상황은 칼이 전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간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SNS 초짜였던 요리사가 하룻밤 새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열정 요리사 칼주인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요리사 칼. 본인 레스토랑도 없고 남의 식당에 고용돼 일하지만 요리 개발에 대한 열정만은 끓어 넘친다. 일에만 몰입하는 바람에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과도 소원해졌지만 요리라면 누구에게도 안 밀린다. 그런 그에게도 LA에서 가장 핫한 음식 블로거 램지의 식당 방문은 떨리는 일이다. 칼은 새로운 메뉴를 야심 차게 준비한다. 문제는 칼이 새 메뉴를 시도할 때마다 태클을 거는 레스토랑 사장. 기존 메뉴대로 가라는 사장의 요구에 칼은 항변한다. “거물이 오니까 좋은 메뉴를 내야죠. 지금 메뉴는 창의성이 없어요.” “아니. 거물이니까 안정적으로 가. 그 사람 블로그가 대기업에 1000만달러(약 119억원) 받고 팔렸어. 모험하지 마.”칼과 사장이 램지를 신경 쓰는 이유는 그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램지처럼 온라인 콘텐츠로 유행을 이끄는 사람을 ‘인플루언서’, 이들을 이용한 홍보를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고 한다. 올해 전 세계 기업들이 인플루언서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100억달러(약 11조8340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장의 겁박에 가까운 설득에 칼은 신메뉴를 포기

    2021.06.11 16:15
  • [정종태 칼럼] 바이든의 큰 정부, 문재인의 큰 정부

    이 정부 유력인사를 만나 얘기를 나누다 난데없는 주장을 듣게 됐다. “보수 언론에서 자꾸 큰 정부를 비판하는데, 미국 바이든 정부도 큰 정부를 선언하지 않았냐?” 바이든 정부가 재정을 쏟아붓고, 대기업 증세에 나서는 걸 예로 들면서 “거봐, 미국도 가는 방향을 우리도 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는 주장이다. 큰 정부 사대주의처럼 들렸다. 견강부회, 아전인수 같은 사자성어를 이럴 때 쓰라고 만든 건가 하는...

    2021.05.24 17:35
  • [정종태 칼럼] 기본소득에 맞선 OB 관료들

    이번 대선 국면에서 가장 핫한 논쟁거리 중 하나는 기본소득이다. 예견된 것이지만, 논쟁은 가히 백가쟁명 수준이다. 여권 최고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맨 먼저 치고 나와 본인의 슬로건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주제로 박람회까지 열어 분위기를 달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 석학들을 지원사격에 동원하는 걸 보고 이 지사의 대선 마케팅 역시 ‘대통령감’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좌파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

    2021.05.03 18:01
  • [정종태 칼럼] '소주성' 실패자의 KDI 行

    역대 대통령의 첫 번째 경제수석비서관은 학자 출신이 많았다.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다르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 때 박승, 김영삼 정부 때 박재윤, 이명박 정부 때 김중수가 그랬다. 김대중 정부도 학자 김태동을 첫 경제수석으로 앉혔다. 정권 철학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를 내세워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 관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하지만 자신감은 이내 현실의 벽 앞에 무너졌다. 초대 수석...

    2021.04.12 17:49
  • [이슈 프리즘] '3%룰'은 왜 기업에 약탈적인가

    여의도 한 운용사 대표가 이런 얘기를 했다. “올초 상법개정안에 들어간 조항 하나가 기업들에 얼마나 약탈적인지 지켜보라”고. 아니나 다를까. 이번 주총 시즌부터 난리가 났다. 이른바 ‘3%룰’. 감사위원 분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3%룰이 뭐길래 이 난리일까. A기업이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알짜기업이다. 대주주는 미래사업 발굴을 위해 고심 중이지만, 이렇다 할 대안을 찾...

    2021.03.22 17:47
  • [이슈 프리즘] 대통령이 숫자로 일자리 챙기면…

    박근혜 정부 2년차 때 일이다. 고용이 악화되자 어느날 국무회의에서 고용률 70% 달성 목표가 하달됐다. 고용률 70%는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였다. 부처마다 비상이 걸렸다. 일자리 창출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부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법무부가 그랬다.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은 간부회의를 소집해 “우리 법무부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하자”며 아이디어 발굴을 종용했다. 일자리 정책을 한 번도 고민해본 적 없는 간부들은 어...

    2021.03.01 18:22
  •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코로나發 인플레이션…Fed, ‘트리플 버블’ 키우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작년 말까지 디플레이션을 염려하다가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갑작스럽게 불거지면서 정책당국자나 투자자 모두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BEI(10년물 미국 국채금리-10년물 물가연동채권 금리)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인플레이션은 발생원인별로 정책‧비용 상승‧수요 견인으로, 물가상승속도에 따라 마일드‧캘로핑‧하이퍼로, 경기(경제 성장률)와 관련해 디플레이션‧리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으로 나뉜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들 요인이 한꺼번에 겹쳐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다중 복합 공선형 인플레이션’도 눈에 띤다. 커지는 인플레이션 우려인플레이션이 불거지는 가장 큰 요인은 1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각국 중앙은행이 추진했던 금융완화 정책 때문이다. Fed만 하더라도 작년 3월에 열렸던 임시회의를 통해 ‘중앙은행 역할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무제한 통화공급 정책을 추진했다. 어빙 피셔의 화폐수량설(MV=PT, M은 통화량, V는 통화유통속도, P는 물가수준, T는 산출량)에 따르면 통화공급은 그대로 물가로 연결된다. 금융위기나 코로나 직후처럼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최근처럼 경제활력이 되살아나면서 돈이 돌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불거진다. 공급 면에서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유가(북해산 브렌트유 기준)만 하더라도 코로나 직후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급락했다가 최근에는 60달러선을 넘어섰다.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원자재 가격

    2021.02.14 10:11
  • [이슈 프리즘] 홍 부총리, 직을 걸었을까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 관가만큼 딱 들어맞는 곳도 없다. 특히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은 이른바 관운이란 게 전부다. 하필 그 타이밍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미끄러지거나, 정반대로 운 좋게 발탁되는 케이스가 허다하다. 기자가 목격한 것 중에서는 전직 경제수석 C씨가 가장 드라마틱했다. 관가에서도 천재로 소문난 그는 청와대와 내각 개편인사 당일 하루 동안 운명이 세 차례나 뒤바뀐 끝에 결국 집으로 갔다. 관운이 이런 거구나, 실감했...

    2021.02.08 17:51
  • [이슈 프리즘] 이익공유제는 정치공학일 뿐

    이번엔 도대체 뭐가 나올까 궁금했다.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서 말이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익이 많이 늘어난 쪽에서 돈을 거둬 피해를 본 쪽에 나눠주자는 이익공유제. 기발한 발상 아닌가.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는지 올해의 정책 발명상을 주고도 남을 만하다. 이익공유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정부가 원조도 아니다. 보수 집권기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있었다. 2011년...

    2021.01.18 17:55
  • [이슈 프리즘] 이제라도 전문가를 써라

    유시민 씨가 지난 크리스마스날 유튜브 방송에 나와 던진 새해 소망을 듣고 거꾸로 새해 희망을 접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유씨는 “더는 땅을 사고팔면서 부자가 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강력하고도 상상할 수 없는 부동산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상상할 수 없는 부동산 정책’… 대충 짐작이 가긴 한다. 헨리 조지를 다시 꺼낸 걸로 ...

    2020.12.28 17:49
  • [이슈 프리즘] 관료는 영혼이 없다지만…

    ‘관료는 영혼이 없다’는 말은 영혼 있는 관료라는 평가를 받았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해 관가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회에서 “전 정부에선 감세안에 반대하더니 이 정부에서 찬성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의에 노회하게 넘어가며 던진 말이다. 요즘 장관들이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겠지만, 그는 ‘따거(큰형님)’라는 별명답게 “그래서 ...

    2020.12.07 17:50
  • [이슈 프리즘] 금감원은 자본시장 파괴자인가

    ‘희대의 펀드 사기극’으로 드러난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책임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사기극을 벌인 장본인들일까, 아니면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판매한 금융사들일까. 도긴개긴이지만, 이들보다 더 큰 책임은 금융당국, 그중에서도 금융감독원에 있다. 금융시장 종사자들에게 아무리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선관의무)를 강조해도 돈을 좇는 그들의 생리상 도덕의식이란 게 평균적으로 높지는 않...

    2020.11.16 17:52
  • 권명준 강릉농협 상무, 금융인의 날 대통령상 수상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제5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권명준 강릉농협 상무(사진)가 포용금융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권 상무는 농협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부터 30년 동안 농협에 근무하면서 금융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2004년에는 농업인을 위한 부채경감대책 추진 과정에서 업무자동화를 통해 농업인의 부채관리에 큰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아 ‘농림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국제공인 재무설계사(CFP)를 취득한 권 상무는 1주일 이상 걸리던 과중한 업무를 자동화와 표준화로 단 5분에 해결하는 업무프로세스를 개발해 전국 농협직원들과 공유하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20.10.27 14:53
  • [이슈 프리즘] 기업 자유, 거저 얻는 건 아니다

    1980년 6월 어느날. 뉴욕의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 기업인들과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모였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재계에서 요청한 자리였다. 제너럴일렉트릭(GE) 모건스탠리 화이자 등 내로라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레이건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자유시장 경제를 지키기 위해 어떤 실행안을 갖고 있는가?” 레이건은 작은 정부-큰 시장, 감세 등의 플랜을 꺼내면서 자유시장 ...

    2020.10.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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