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테크노밸리 출퇴근 수요 덕분에 강세를 보여온 판교신도시도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로 집값이 덩달아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판교동 ‘판교원9단지 한림풀에버’ 전용 71㎡는 작년 11월 10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8월 최고가(14억6000만원)보다 4억원 떨어졌다. 인근 ‘판교원7단지 모아미래도’ 전용 56㎡는 지난달 9억8500만원에 손바뀜했다. 2021년 10월 13억원 거래보다 3억1500만원 낮아졌다.
운중동에서도 하락 거래가 속출했다. ‘산운8단지 사랑으로’ 전용 59㎡는 지난달 최고가(12억6000만원) 대비 3억8500만원 떨어진 8억7500만원에 팔렸다. ‘산운14단지 경남아너스빌’ 전용 101㎡는 같은 달 13억4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2021년 8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3억500만원 떨어졌다.
판교신도시는 그동안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업무 시설을 갖춘 ‘완성형 신도시’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국 부동산시장 한파에 맥을 못 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운중동 B공인 대표는 “거래절벽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일부 급매물 위주로만 간신히 거래되는 탓에 실거래가가 낮아졌다”며 “전세시장은 직원에게 비용을 지원하는 기업이 많아 수요가 안정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판교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판교는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고소득 외국계 기업과 IT(정보기술)기업 종사자가 많아 수도권 다른 지역보다 집값 하방 압력이 덜하다”면서도 “몇 년간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작지 않아 가격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사상 처음 100만건을 돌파했다. 높은 금리에 부담을 느껴 매매보다는 임대차 계약을 선택한 수요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1일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105만9306건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2017년까지 50만~60만건대를 유지하다가 2018년 70만건대, 2019년 80만건대로 올라섰다. 이후 2021년 95만건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처음 100만건을 넘어섰다.임대차 거래 중 전세는 지난해 60만6686건 거래됐다.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2021년(60만7426건)보다는 0.1%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월세 거래는 45만2620건으로 2021년(35만2150건)보다 28.5%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42.7%에 달했다.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줄어들었다. 2021년 60만4476건에 달했던 거래량은 지난해 27만2123건으로 55.0% 감소했다.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매매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며 “당분간 목돈이 부족한 임차인을 중심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건설업계가 미분양 주택 급증에 정부의 개입을 요청한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을 재차 강조했다.1일 원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분양 주택은 소비자들이 ‘그 가격으로는 사지 않겠다’는 주택"이라며 "미분양 중에도 분양가를 낮추니 바로 판매된 사례들이 있다"고 꼬집었다.그러면서 "비싸서 소비자들이 사지 않는 주택을 정부가 세금으로, 그것도 건설사가 원하는 가격으로 살 수는 없다"며 "미분양 주택 문제가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미분양 주택 매입을 고민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경우라도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먼저"라고 강조했다.전날인 31일 대한주택건설협회가 간담회를 열고 정부에 공공매입임대주택으로 미분양 주택을 우선 매입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환매조건부 매입을 다시 시행해달라고 건의한 데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전날 간담회에서 정원주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주택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 등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건설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보려는 것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건설사들은 어려운 상황이 오면 버티기 힘들다"고 주장했다.국토교통부의 '2022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전월보다 17.4%(1만80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연속 1만 가구씩 늘어나며 원 장관이 위험선으로 언급한 6만2000가구도 넘어섰다.건설업계는 미분양 주택 매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원 장관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악성이고, 일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위기로 볼 필요는 없다"며 "현재 특정 물량을 정부가 떠안아야 할 단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1일 국토교통부·협회·공공기관 합동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간담회에서도 원 장관은 "둔촌주공의 청약경쟁률이 기대보다 낮았던 반면, 인근에 보다 낮은 분양가를 제시한 단지는 모두 판매됐다"며 "건설사 스스로 소비자가 납득할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스스로 살아남겠다는 자구책도 없이 미분양을 사달라니 어불성설이다. 국민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라이프스타일 앱 오늘의집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500만원 이상을 사용한 '큰손' 고객이 전년보다 62% 늘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이 많이 팔린 영향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사·인테리어 수요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오늘의집에서 큰 금액을 쓴 고객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오늘의집은 그 이유를 ①가전 상품이 늘고 ②콘텐츠에 구매 연결 태그 많아지고 ③고액 구매 혜택을 확보한 덕이라고 분석했다. 목돈 고객 늘었다1일 오늘의집이 ‘2022년 고객 구매 패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0만원 이상을 지출한 고객 수는 전년보다 24% 늘었다. 연 500만원 이상을 오늘의집에서 사용한 고객은 62% 증가했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고액 지출 고객일수록 더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인테리어·가구 분야 고액 지출은 이사 같은 '이벤트'가 있어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사가 줄어든 와중에 오늘의집 고액 지출 고객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입신고 기준 전국 이동자 수는 615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106만1000명) 줄었다. 지난해 1~11월 주택매매량은 48만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96만1000건과 비교해 절반 넘게 감소했다. 오늘의집 이용자 수도 최근 줄기도 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표본조사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오늘의집 이용자 수는 324만 명으로 2021년 12월 466만 명에서142만 명(30.4%)이 감소했다. 큰손 손님 확보한 3가지 비결오늘의집은 경기 침체와 부동산 한파에도 고액 고객이 늘어난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①백색 가전 등 오늘의집 상품 종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오늘의집에서 판매 중인 상품 수가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인테리어 소품 외에 컴퓨터, 에어컨, 의류관리기 등 디지털 및 백색가전 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국내외 다양한 디자인 가구들도 입점했다. 캠핑 레저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도 추가됐다. ②오늘의집 콘텐츠를 본 고객들이 높은 구매전환율을 보였다. 지난해 오늘의집 이용자들은 자신이 소유한 제품을 실제 구매가 가능한 상품 페이지로 연결하는 ‘+’ 모양의 상품 태그를 2021년보다 51% 더 많이 남겼다. 이 가운데 멋진 디자인으로 유명한 상품들은 더 많이 태그됐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제품을 태그해 올린 사진은 지난해보다 123% 늘었다. LG전자 오브제컬렉션 제품 태그도 159% 증가했다. 깔끔한 인테리어 가전으로 유명한 발뮤다 제품 태그는 63% 늘었다.해당 제품이 태그된 콘텐츠의 조회 수는 최대 336%까지 늘었다. 라이프스타일 상품의 경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발견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오늘의집의 콘텐츠는 상품 발견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 오늘의집에서 콘텐츠와 상품을 모두 살펴보고 구매하는 고객은 상품만 둘러보는 고객에 비해 구매 전환율이 2배가량 높았다. ③고액 지출 고객에 대한 혜택에 돈을 썼다. 오늘의집은 최근 3개월간 결제금액 50만원 이상, 구매 횟수 2회 이상의 고객에게 VIP 등급을 부여했다. 결제액의 3%를 추가 적립금으로 지급했다. 다른 쇼핑몰이 우수고객에게 등급별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다음 구매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 방식을 적용했다. 지난해 오늘의집 VIP는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오늘의집 관계자는 "침대와 소파 등 고가의 대형 가구는 물론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 가전까지 한번에 구입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콘텐츠를 보고 상품 구매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이 잘 자리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