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전경. 사진=한경DB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전경. 사진=한경DB
부동산 시장 거래절벽이 장기화하며 매수심리 위축에도 강세를 유지했던 강남 대표 아파트들의 매도호가가 수억원씩 낮아지고 있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32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5월 신고가 39억원을 기록했는데, 반년도 되지 않아 호가가 6억5000만원 떨어졌다. 호가가 하락하며 3.3㎡당 1억원도 무너졌다.

반포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가 있어 당장 입주는 불가능한 매물"이라며 "입주 가능한 물건은 33억5000만원부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을 급하게 처분하려는 집주인은 많은데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니 호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지에서 32억~33억원대에 매물로 나온 전용 84㎡는 10여건에 달한다. 전용 59㎡ 역시 호가가 23억원대로 낮아졌다. 지난 5월 신고가 28억2000만원보다 5억원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인근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호가도 최근 35억원으로 내려왔다. 마찬가지로 지난 5월 39억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는데, 반년도 되지 않아 4억원 떨어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선호도가 높은 로얄동·로얄층도 입주할 수 있는매물이 여럿 있다"며 "계약 의사만 있다면 추가 조정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서초구는 지난 7월 강남구와 용산구 집값이 하락으로 돌아섰을 때도 서울에서 '나 홀로 강세'를 이어가던 지역이다. 그러나 주택 시장 매수심리가 계속 얼어붙자 결국 손을 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진 상황을 감안하면 매수세가 살아나기 쉽지 않기에 실제 거래 가격은 매도호가보다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의 한 중개업소에 급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중개업소에 급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대단지일수록 지난 상승기 집값이 크게 뛰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락기에는 매물이 많고 거래는 부진한 탓에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에는 오늘보다 내일 집값이 더 저렴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각종 지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탓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2주 연속 하락했다. 25개 자치구 모두 하락세다. 올해 하반기에만 2.26% 떨어졌는데, 이달 들어서는 매 주마다 0.2% 이상 떨어지며 낙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이달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도 10억8000만원이 됐다. 중위 매매가격은 가격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에 있는 값을 말한다.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는 지난 7월 10억9291만원까지 올랐지만, 석 달 연속 떨어지며 지난해 11월과 같은 액수가 됐다.

집값이 매주 하락하다 보니 매수심리도 차갑게 식었다. 이달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CSI)은 6개월 연속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인 64에 그쳤다. 이 지수는 100보다 작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10월 넷째 주 매수심리도 75.4로 2019년 6월 이후 3년 4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며 7%를 넘었고 경기침체 우려도 높다"며 "매수심리가 살아나 급매물이 쉽게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