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시작된 리모델링 바람이 지방으로 번지고 있다. 부산·대구·광주·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지역 내 ‘1호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안전진단 강화 등 정부 규제로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지자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는 노후 아파트가 지방에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방도 리모델링 바람…'1호 조합' 경쟁 뜨겁다

지방에서도 속속 리모델링 조합 추진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좌동에 있는 ‘해운대상록’ 아파트(1000가구·사진)는 최근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 기준(66.7%)을 넘겼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운대상록 추진위 관계자는 “다음달 조합설립 총회를 여는 게 목표”라며 “부산 최초로 리모델링에 나서는 ‘선도 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 7374가구로 부산 최대 규모인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도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1000~1100가구를 새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2003년 조성된 해운대구 우동 ‘센텀센시빌’(800가구)은 리모델링 조합설립 준비에 나서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도 대단지 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총 6252가구에 달하는 성산구 상남동 ‘성원토월’은 이달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937가구 늘어난 7189가구로 탈바꿈한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쌍용건설 등이 시공권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산구 상남동 ‘토월대동’도 리모델링 조합설립 채비를 마무리했다. 1994년 조성된 이 단지는 2810가구로 조성됐다. 토월대동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 동의 절차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70%를 넘는 동의율을 확보하는 등 주민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수성구 범어동 ‘우방청솔맨션’(194가구)이 지난해 5월 비(非)수도권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다. 이 단지는 기존 용적률이 344%로 높아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공사는 효성중공업이 맡았다. 광주에서는 2019년 추진위를 설립한 남구 봉선동 ‘삼익2차’의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1991년 390가구 규모로 조성된 이 단지는 조합설립 추진 단계를 밟고 있다.

통합 리모델링 움직임도 활발

지방에서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도 많다. 사업 규모를 키워 지방 사업을 많이 하지 않는 1군 대형 건설사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전 서구에서는 통합 ‘국화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국화동성·국화라이프·국화신동아·국화우성·국화한신 등 5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통해 3346가구로 탈바꿈한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메트로팔레스 1~5단지’도 통합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메트로팔레스 추진위 관계자는 “지방 아파트 시장은 수도권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데다 규모까지 작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통합 리모델링을 통해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거듭날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안전진단 등 정부 규제로 꽉 막힌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눈길을 돌리는 지방 아파트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모델링으로 노후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새 아파트 가격 상승 랠리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민 목소리가 크다.

지방자치단체도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등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리모델링 대상 공동주택 현황과 가구 수 증가형 리모델링 수요 예측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대구시도 행정·재정적 지원을 위한 ‘대구형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할 방침이다.

다만 수도권과 달리 리모델링 자체를 낯설게 여기는 주민이 많다는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부산의 한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설명회를 자주 여는 등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가능하면 재건축이 낫다는 인식이 대세”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