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최근 분양한 원에디션 강남. /한경DB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최근 분양한 원에디션 강남. /한경DB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최근 분양한 도시형 생활주택 ‘원에디션 강남’은 총 234가구 모집에 1540건이 몰려 평균 경쟁률 6.58 대 1을 기록했다. 전용 26~49㎡ 소형 면적으로 구성됐지만 분양가는 10억~19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많은 수요자들이 몰려 시장을 놀라게 했다. 3.3㎡당 분양가는 7128만원 수준이다.

이는 국내에서 분양가가 가장 비싼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를 훌쩍 뛰어넘는다. 앞서 원베일리는 3.3㎡당 평균 5653만원, 전용 46㎥형 기준 9억2370만원에 분양했으며,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원베일리보다 비싸…도생, 분양가 고공행진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시장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분양 물량은 1074가구에 불가했지만, 접수 건수는 2만1309건에 달했다. 평균 19.84 대 1 수준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특히 경쟁이 치열했다. 상반기 수도권에서 5개 단지, 807가구가 공급됐는데 총 2만430건이 접수돼 경쟁률이 25.32 대 1에 달했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 새 아파트 공급난이 현실화되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이라도 분양받자”라는 분위기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공급 규제를 덜 받는데다 투자 진입장벽도 낮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가점 아닌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만큼 가점이 낮은 입장에서 얼마든지 노려볼 수 있다. 청약 당첨 후 계약을 하지 않아도 별다른 재당첨 금지 규제가 없고 실거주 의무에서도 자유롭다. 다만 분양가가 워낙 고가다보니 일반인 보다는 고소득 젊은층들이 선호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펜트힐 논현 B1타입 거실. /유림개발 제공
펜트힐 논현 B1타입 거실. /유림개발 제공
인기에 힘입어 도시형 생활주택의 분양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지어지는 40가구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 '양재 비버리하임 3차'는 전용 30~49㎡ 면적의 분양가가 5억2200만~11억8300만원이다. 가장 큰 면적인 전용 49㎡형을 분양받으려면 12억원 가까이 필요한 셈이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분양한 '시티프라디움 더 강남 2차'도 어지간한 아파트보다 비싼 값에 공급됐다. 이 단지에서 가장 작은 전용 34㎡ 분양가도 15억원을 넘었다. 3.3㎡당 1억원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48가구 모집에 481명이 몰려 청약 경쟁률이 10.02대 1까지 올랐다.

현재 서울 거의 모든 지역이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고 있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은 분양가상한제나 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는다. 300가구 미만, 전용면적 85㎡ 미만인 주택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정부 규제에 눌린 아파트와 달리 도시형 생활주택은 시행·시공사가 정하는 대로 분양가격을 받을 수 있다.

‘묻지마 매수’ 지양해야

다만 ‘묻지마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 막상 도시형 생활주택에 살아보면 아파트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주차대수가 가구당 0.6대 안팎에 불과해 주차난을 겪는 일이 잦다. 용산의 한 도시형생활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윤모 씨(35)는 “차를 세울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조금만 늦어도 주차장에 진입할 수 없어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는 실정”이라며 “주민 간 주차 분쟁이 많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대다수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차 공간이 좁아 퇴근 시간마다 주차난이 벌어진다. 도시형 생활주택이 밀집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 주택가. /한경DB
대다수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차 공간이 좁아 퇴근 시간마다 주차난이 벌어진다. 도시형 생활주택이 밀집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 주택가. /한경DB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받기 쉬운 것도 문제다. 일반 공동주택의 경우 건축물 높이의 0.5배 이상 띄워 건물을 짓는다. 도시형생활주택은 0.25배만 띄우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시형생활주택에 가려 햇볕이 들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일선 구청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질 수 있다. 아파트보다는 수요가 적어 매도가 쉽지 않을 수 있으며 집값 상승여력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처럼 고분양가에 매입할 경우 프리미엄(웃돈)을 남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규제도 있다. 공시 가격 1억원 이하 또는 전용 20㎡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은 무주택으로 간주돼 주택 수에 산정되지 않지만 전용 20㎡가 넘으면 주택 수에 포함이 된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에 워낙 새 주택 공급이 부족하니 분양가에 거품이 낀 측면이 있다”며 “당초 기대했던 만큼 투자수익률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