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 사람 몰리는데…건설업계, 우한 폐렴 '긴장'
2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센트럴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장 입구에 중국어로 ‘无缺陷(무재해) 高品質(고품질)’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을 만큼 중국인의 비중은 높았다.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십중팔구는 중국인이었다. 이 단지는 오는 5월 입주가 예정된 단지다. 이날 감독관은 물론 현장노동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사용하며 근무하고 있었다. 현장관리소 관계자는 “매우 바쁜 시기지만 일일이 온도 확인을 해 조금이라도 열이 있으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등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중인 ‘우한 폐렴’ 사태에 건설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인력에 의존하는 건설현장이 많은 까닭이다.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모델하우스를 통한 감염의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민학회 보고서 ‘건설업 외국인력 실태 및 공급체계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전국 건설현장에는 22만6391명의 외국인이 근무 중이다. 이 중 조선족이 52.5%, 중국 한족이 26.4%다. 80% 가까이 중국인이다. 우한 폐렴에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작년 대규모 분양물량이 풀리면서 인력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다. 한 명의 인력이라도 아쉬운 건설사로선 중국인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중국인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올해는 작년에 공급하지 못한 이월 물량도 많아 현장인력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일단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장별로 연휴 기간 중국 방문 사실은 물론 우한 지역 방문자 접촉 사례를 확인하고 있다. GS건설은 전체 근로자 현장 출근 시 1일 1회 체온을 측정하고 전체 집합교육은 지양하라는 지침을 현장으로 보냈다.

모델하우스도 건설사들의 고민거리다. 수천 명이 실내에 몰리는 모델하우스 특성상 전염이 빠르게 퍼질 우려가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는 지자체의 요청으로 일부 모델하우스가 개관을 1~3주 연기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우한 폐렴으로 모델하우스 개관을 연기한 건설사는 없다. 현재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청약 업무 이관이 진행 중이어서 모델하우스를 운영 중인 건설사는 없지만 오는 2월에는 다수의 모델하우스가 개관을 앞두고 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청약업무 이관으로 한 달을 쉰 상황에서 건설사가 또다시 분양을 연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현장의 위생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GS건설은 ‘청라힐스자이’ 모델하우스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방문객의 체온을 수시로 점검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 모델하우스 입장객을 위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마련한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