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전셋값이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주택 임차인의 전·월세 거주 기간을 최장 4년까지 보호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이르면 내년 1분기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자 우위인 시장에서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미리 전세가를 올리는 집주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법무부 등에 따르면 여당은 주택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논의를 내년 초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주택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권은 2년 거주한 세입자가 원하면 1회에 한해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주거문제는 공공성이 큰 사안이고 최근 전세가 불안이 본격화하고 있어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소관 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상정되지 않은 단계지만 도입 필요성이 수년 전부터 제기됐기 때문에 협의를 시작하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년 2월까지 합의를 마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12·16 부동산 대책에 계약갱신청구권까지 맞물려 전세시장이 크게 동요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번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은 원천 금지되고, 9억원 초과분의 담보인정비율(LTV)은 40%에서 20%로 축소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대출 여력이 줄어들면 집을 사려던 매수대기자들까지 전세시장에 진입하게 된다”며 “1주택자도 비과세를 받으려면 2년 이상 거주해야 해 전세 공급이 계속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집주인이 우위인 시장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면 집주인들이 미리 전세가를 대폭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법안 통과 시일이 가까워지면서 미리 전세가를 올려받으려는 집주인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대치동 M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워낙 적어 나오는 대로 거래되고 물건도 안 보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유세 부담이 커진 데다 계약갱신청구권도 도입된다고 하니 계약할 때 최대한 올려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함께 논의될 예정인 ‘전·월세 상한제’는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커 통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