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문제 등 시간 걸릴 것 같다"…분양가 상한제 '속도조절'하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인 데다 여당 내에서조차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정부가 속도조절에 나선 듯한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5일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여권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등과의 협의도 필요하다”며 “현재 기재부가 일본 문제에 매달려 있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사진)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 참석해 “현재 일본 문제 등으로 시국이 엄중한 상황”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만큼 사명감을 갖고 신중하게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위원으로서 원론적 언급이었지만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부는 최근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 확대 적용을 위한 시행령 개정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부처 및 당정 협의를 진행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이달 초 입법예고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비교적 안정됐던 서울 주택 시장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운열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장파 의원과 일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로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시행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재건축 아파트 대신 신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최 의원은 “가격 정책에 정부가 깊이 관여하면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기보다 부동산 거래세를 대폭 낮추고 보유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주택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와 관련해 여당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현재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방법, 내용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선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정부 대응이 어느 정도 정비된 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를 특정 지역에만 ‘핀셋 적용’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실제 적용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김우섭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