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제도 비판' 교수에 명예훼손 소송 건 감정원 노조…제주대 교수회 "학문의 자유 침해말라" 성명
한국감정원 노동조합이 부동산 공시제도를 비판해온 대학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을 두고 제주대 교수회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교수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20년간 학자로 활동하면서 감정원이 설정하는 공시가격 책정 과정의 문제점을 비판해왔다”며 “노조가 학회·언론 인터뷰 발언 등을 근거로 고소한 것은 학자적 양심에 따른 연구 및 발표 활동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교수회는 또 “감정원 노조가 해당 교수 개인뿐만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사과해야 한다”며 “고소 취하 등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제반 수단을 동원해 엄정히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감정원 노조는 8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노조는 “정 교수가 각종 언론 인터뷰 등에서 감정원과 공시제도를 비난하는 등 조합원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노조가 문제 삼은 발언은 “공시가격을 감정평가사가 아니라 비전문가들이 산정해 오류가 많다” “감정원이 산정가격을 어떻게 정하는지 알 수 없다” 등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2일 “깜깜이 공시가격 산정으로 국민의 공분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불신마저 초래한 감정원이 이제는 비겁하게 노조 뒤에 숨어 학자의 자유와 양심마저 겁박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공시가격 업무를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고발 문제는 감정원이 아니라 노조의 일”이라며 “노조에 성명을 내지 말라고 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정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연구자의 활동을 범죄라고 하니 심리적 타격이 크고 논문 한 줄을 쓸 때도 자기 검열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