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 부동산시장이 침체국면에 진입했음에도 건설사들이 공급물량을 줄이지 않는 것은 이미 수주해둔 물량의 공급을 무작정 늦출 수 없어서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 등쌀에 분양시기 조절이 여의치 않다. 택지지구 땅은 가지고 있을수록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까닭에 분양을 지연시키기 어렵다. 홍록희 대림산업 상무는 “내년 신규 입주물량이 늘어나도 노후 아파트가 많은 대도시, 주변 시세보다 낮게 공급되는 택지지구 아파트 등은 여전히 인기를 끌 것”이라며 “수급여건과 입지, 분양가 등을 잘 따져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건축·재개발 물량 많아… "신혼부부·다자녀, 특별공급분 노려라"
◆공급 목표 12% 늘려 잡아

2015년 이후 최근 3년간 아파트 공급 실적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 공급 물량은 50만1357가구로 최근 10년 이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6년 43만8094가구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31만9699가구로 간신히 30만 가구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내년(36만2208가구)에는 다시 전년 대비 12%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실제 공급물량은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올해도 건설사들은 33만7000여 가구의 공급을 계획했지만 정부 규제 영향 등으로 31만여 가구 공급에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선 올해보다 16.2% 늘어난 19만1283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3만9871가구)은 올해보다 소폭 줄지만 경기(12만3136가구)가 16.5%(1만7516가구) 늘어난다. 인천(2만8276가구)은 71.7% 급증한다.

부산 등 5대 광역시 공급물량(7만8775가구)은 올해보다 33.8%(1만9909가구)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 7454가구 공급에 그친 대구에서 내년 3배가량 많은 2만1463가구가 나온다.

다른 지방 중에서는 세종시(5500가구)와 충남(1만7448가구)의 공급물량이 늘어난다. 다른 지역은 대부분 올해보다 1900~6300가구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공급 과잉 우려가 커 건설사들이 내년 공급 예정물량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특별공급 물량 관심 가질만”

내년 공급 예정 물량 중에는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유난히 많다. 지난 5년간 분양 시장 호황 속에 택지지구·신도시 땅은 대부분 소진됐다는 얘기다. 신규 택지 공급이 적어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대부분 건설사들은 분양시기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절하게 조절할 방침이다. 한 중견건설사 대표는 “내년 분양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어 보수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아파트를 공략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대한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실질적인 분양가 통제,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으로 저렴하게 나오는 아파트를 선별 공략하라는 것이다. 내년에는 집값에 영향을 줄 변수가 많아서다.

당장 내년 4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변수다. 매물 출회는 기존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신규 분양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0월 청약통장 1순위 요건을 2년으로 늘리고 민영 주택에 대한 가점제 물량을 확대한 것도 청약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료다. 중도금 대출규모 축소 등도 청약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신혼부부나 다자녀, 30대 실수요층은 직주근접이 가능한 곳에서 공급되는 특별공급분을, 청약가점이 높은 이들은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아파트를 적극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