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겨냥 전국 7곳 사용…대통령 선출 이후 집값 상승 기대

"막말을 쏟아낼 때는 부정적 이미지가 미치지 않을까 싫어했지만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니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트럼프' 이름을 사용하는 아파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는 대우건설이 부유층을 겨냥해 지은 주상복합아파트 7곳이 '트럼프'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곳은 1999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옛 석탄공사 부지에 대우건설이 분양한 트럼프월드 1차 아파트다.

우리나라 최초 주상복합아파트이기도 한 이곳은 지하 5층 지상 41층 규모 건물에 258가구(38∼91평형)가 산다.

15년 전 당시만 하더라도 일반아파트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호화시설과 주민편의시설을 자랑했다.

외부손님 접대를 위한 호텔식 로비,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비즈니스센터, 손님접대와 가족연회가 가능한 다목적홀을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한다.

실내 골프장, 헬스클럽 등 주민편의시설을 갖췄고 천연 대리석 현관, 고급 온돌마루, 고급 욕실 타일, 실크 벽지 등 고품격 마감재로 꾸며졌다.

주차장은 가구당 2대 이상 주차할 수 있는 645면을 갖췄다.

'트럼프' 이름이 들어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체육관 부지 대우 트럼프월드(2000년), 서울 용산구 한강 대우 트럼프월드 3차(2001년),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2003년), 부산 트럼프월드 마린(2004년), 대구 트럼프월드 수성(2004년),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 2차(2004년) 등 7곳 모두 부유층을 겨냥해 호화시설과 고급서비스를 도입했다.

부산에 있는 트럼프월드 3곳은 고급주택가로 초고층건물이 들어선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의 핵심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월드타워처럼 고급아파트라는 이미지를 주고자 건물 인테리어를 호화시설로 장식했고 기본 생활이 가능하도록 빌트인 시설도 넣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뉴욕 맨해튼 트럼프월드타워 시공에 참여하면서 트럼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1997년 당시 대우그룹의 건설회사였던 ㈜대우의 건설 부문(현 대우건설)이 부동산 개발업자인 트럼프와 공동으로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인근에 초고층 건물인 '트럼프월드타워'를 건설했고 양측 모두 이익을 남겼다.

국내에서 '트럼프'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도 이 인연 때문이다.

다른 회사 주상복합건물과 차별화되면서 고객의 관심을 끌 만한 이름을 찾던 중 한 임원의 제안으로 '트럼프월드'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대우건설은 부동산 재벌이던 트럼프와 직접 협상을 벌여 브랜드 사용료로 약 700만 달러를 지불했다.

한 건물당 100만 달러를 지불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1998년 6월 대우그룹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1999년 5월에는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 분양홍보관을 찾아 기념테이프를 자르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지금도 미국에서 아파트, 호텔,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트럼프 회사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이름이 들어간 아파트에 사는 일부 주민들은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선출됐다는 소식에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있는 트럼프월드 센텀 1차와 2차 단지 주변에서 영업하는 한 부동산업자는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의 이름이 들어간 사실을 알고 입주를 한 주민들이 제법 있다"며 "막말을 할 때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안 좋아하다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c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