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두 농사꾼의 운명이 토지보상 이후 3년 만에 갈렸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을 위해 2006년 땅주인들에게 보상이 이뤄졌던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지역에서 평생 농사를 짓던 박모 할아버지는 보상금을 수령한 지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은평뉴타운 수용지역 땅주인 중 가장 많은 보상금인 140억원을 받아 부러움을 사던 직후에 생긴 일이다. 박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보상금 분배를 두고 자식들과 불화를 겪었다. 이 때문에 그의 죽음 역시 보상금과 관련한 화병으로 알려졌다. 박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자식들 역시 재산의 대부분을 도박 등으로 탕진해 보상금은 박 할아버지의 생업과 수명까지 앗아간 악재가 됐다.

하지만 인근에서 농사를 짓던 김모씨에게는 보상금이 말 그대로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됐다. 40억원가량을 보상금으로 수령한 김씨는 은평뉴타운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파주 지역에 대토(수용당한 농민이 다른 곳에 농지를 마련하는 행위)를 했다. 이후 2년도 지나지 않아 해당 지역이 파주시가 조성하던 86만㎡ 규모의 지방산업단지로 수용되면서 그는 다시 한번 토지보상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그의 자산은 70억원대까지 불었다. 아직도 농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김씨는 보상금 중 일부로 다시 농지를 사서 생업을 이어나가고,나머지 돈으로는 노후를 보낼 만한 전원주택지와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