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가계대출 많아 장기하락" 전망

1997년 외환위기의 망령이 부동산시장에도 엄습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2000년 이후 집값의 'U자형 반등' 기억이 투자자들을 헛갈리게 한다.

특히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지역 집값이 지금은 떨어지지만 언제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때 사둘걸 그랬나"라는 후회스런 생각이 이번에도 맞을 지를 10년 전과 현재의 집값 움직임,거시경제 여건,주택시장 상황을 비교해 전망해 본다.


◆환란 때 집값 회복 4년 걸려

한국은행이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토대로 작성한 국내 명목주택가격(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집값)지수에 따르면 국내 집값은 1997년 들어 보합세를 보이다 정부가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1997년 11월부터 급락했다. 1년 뒤인 1998년 11월 당시 명목주택가격지수(2007년 12월=100)는 60.5로 9년 전인 1989년 12월(60.4) 수준으로 돌아갔다. 집값은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했으나 상승폭은 작아 IMF 위기 직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2002년 1월까지 4년2개월가량 걸렸다.

국내 집값은 2006년 말 급등기를 거쳐 현재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상반기에 비해 명목주택가격지수 상승은 둔화되고 있다. 지수는 지난 1월 100.3에서 6월 103.5로 3.2포인트 올랐으나 지난달에는 104.3을 기록,3개월 동안 0.8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달에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해 10월부터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집계한 전국 집값은 지난달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가 호가를 중심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체감가격보다는 높게 나온다.



◆펀더멘털 다르다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의 거시경제와 주택시장 여건은 판이하게 다르다. 당시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7%까지 떨어지고 금리는 20%까지 폭등했다. 실업도 급증하는 등 거시경제의 '붕괴'가 집값 '폭락'을 가져왔다.

지금은 주택시장 내부의 수급과 규제정책의 영향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주택시장만 놓고 보면 IMF 때는 버블붕괴가 아니라 바닥이 꺼진 것으로 봐야 한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값이 7년간 안정을 유지하다 IMF 이후 수요기반이 붕괴되면서 바닥이 내려앉았다"며 "지금은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중이란 점이 차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주택금융부문의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IMF 때는 가계대출이 많지 않아 국가 파산위기에서도 집값이 3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며 "지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까지 합쳐 총 380조원에 달하는 주택금융부문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심화되면 충격파가 IMF 때와 비교해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기간 가격하락 전망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일본도 1990년대 초 거품붕괴 이후 15년간에 걸쳐 부동산 가격이 70% 폭락했다"며 "국내 집값도 적어도 15%가량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경BP)의 저자인 선대인씨는 외환위기 이후 집값 급등의 학습효과는 '환상'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는 "당시 집값은 1980년대 이후 역사상 최저점이었고 신경제와 정보기술 붐,세계적 저금리 등으로 집값이 재상승할 에너지가 무르익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장규호/임도원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