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표적 랜드마크 빌딩인 삼성동 아셈타워가 '괴담'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이 건물에 입주한 기업 가운데 경쟁업체에 인수되거나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이사를 고려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입주사 직원들 사이에 "아셈타워에 입주하면 망해 나간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것.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소문이지만 건물주 입장에서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아셈타워 입주 회사 가운데 36∼38층을 차지하고 있는 로커스와 새롬기술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및 경영권 분쟁 등에 시달리고 있다. 로커스의 경우 계열사인 싸이더스가 연예계 비리사건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른데다 부당 내부거래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까지 받는 등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새롬기술 역시 오상수 사장과 홍기태 새롬벤처투자 사장 간의 경영권 다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업체에 인수되면서 사무실을 옮겨야 할 처지에 놓인 곳도 있다. 19∼21층을 사용하는 컴팩은 최근 HP에 합병되면서 내년 1월 중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HP로 둥지를 옮길 예정이다. 미국 본사가 IBM에 넘어간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한국지사(39∼40층)도 한국IBM 본사(강남구 도곡동)로의 이전을 검토해야 할 입장이다. 이밖에 31∼32층을 쓰는 세계 1위 화장품 업체 로레알코리아는 한국시장 진출 8년 만인 지난해에야 흑자를 내는 등 한국시장 공략에 애를 먹고 있으며 15∼16층에 입주한 한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곳에 입주하고 있는 A사의 한 관계자는 "입주 기업이 많다보니 망하고 흥하는 사례도 그만큼 많은 것 아니냐"며 "흥밋거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아셈괴담이라는 것을 만들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