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뒤에 있고 앞에 물이 흐르는 배산임수, 주위를 포근히 감싸안은
좌청룡우백호의 지형은 풍수에서 가장 좋은 집자리로 여긴다.

이같은 지형에 집을 지으면 살기에 좋을 뿐 아니라 거주자의 후손들도
번성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인구가 급증하는 요즘엔 이같은 환경적
조건을 배려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돼가고 있다.

지형에 관계없이 택지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게 우리의
현실이다.

게다가 대규모 택지지구나 아파트단지의 경우에는 쓰레기소각장이나
열병합발전소같은 시설이 주변에 들어서게 되고 이같은 시설의 건설을
주민들이 반대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본다.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은 송전탑에서부터 쓰레기적환장 주유소 가스충전소
특수교육시설 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병원이나 쓰레기소각장은 생활하는데 필수적인 시설인데도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극히 이기적인 발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설이 주거지에 인접해 있으면 주거환경이 나빠진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사자가 아닌 경우 이같은 현상을 비난할 수도 있지만 쓰레기장이 옆에
있으면 불결한 냄새가 나고 위생상 좋지 않으며 대형병원도 위생문제와 함께
영안실소음같은 문제를 유발한다.

또 학교는 소음과 교통문제를 일으키며 송전탑은 전자파를 발생시키고
미관을 크게 해친다.

생활에 필요해서 불가피하게 들어서야 하는 시설인데도 건립하는게 쉽지
않은 것이다.

풍수에서도 이같은 시설이 주거지역에 바로 인접해서 들어서는 것을
당연히 금기시 했다.

도살장옆에 집을 짓는 것을 금기시했던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도시의 발전은 도시계획에 의해 추진되므로 도시계획을 세울 때 이같은
생활시설을 주거지역과 거리를 두고 배치하고 소음이나 위해요소에 대한
단속기준을 강화하는 배려가 아쉽다.

땅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시설을 적절한 장소에
배치하는 것이 도시계획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