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쓴소리를 해온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 지지자로부터 "이준석을 품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홍 시장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형식의 청년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는 최근 '시장님 이준석 대표를 품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시장님. 이 대표가 1년 추가 징계를 받게 된다면 시장님께서 대구로 불러서 좀 써주세요. 잡다한 일이라도 좋습니다. 시장님께서 이준석 대표를 좀 품어주시고 위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같은 청년으로서 우리 세대의 젊은 정치인이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라고 적었다.

이에 홍 시장은 "찾아오질 않아요"라고 짤막한 답글을 남겼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그간 홍 시장은 이 전 대표의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추가 징계 비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효력정지 가처분, '작심 기자회견' 등의 행보에 대해 연일 쓴소리를 해 왔다.

지난 7월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을 당시 홍 시장은 "그간 지친 심신을 휴식기로 삼고 대표직 사퇴하지 말고 6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를 지켜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최근 비판 수위와 비교했을 때는 그 정도가 상당히 낮다.

홍 시장은 이 전 대표가 지난 8월 중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을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을 때도 "억울한 심정 이해하지만 조금 더 말을 가려서 했었으면"이라며 "답답한 심정은 잘 안다. 억울한 심정도 잘 안다. 하고 싶은 말 가리지 않고 쏟아낸 젊은 용기도 가상하지만, 조금 더 성숙하고 내공이 깊어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후 지난 8월 말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절대자', '신군부' 등에 빗댄 자필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당내 혼란이 극심해지자 홍 시장의 비판 강도도 높아졌다. 홍 시장은 이 전 대표의 '여론전'에 대해 "연일 막말, 극언 행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심과 당심을 잃는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할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뉴스1
이후 홍 시장은 윤리위가 당을 향한 비난 언사를 이유로 이 전 대표를 추가 징계 심의 대상에 올리자 '중징계감'이라는 의견까지 밝혔다. 그는 지난 6일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징계의 자유도 있다"면서 "개고기 팔았다는 말은 지난 대선 때 국민 절반에게 개고기를 팔았다는 말인데 그걸 어떻게 비유, 상징, 표현의 자유라고 내세울 수 있냐. 국민의 반을 개고기 산 사람밖에 취급을 안 한 것"이라고 이 전 대표의 '양두구육' 발언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본인을 품는다'는 표현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지난 9월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품어야 갈등이 봉합된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지금 와서 '품는다' 이런 표현을 쓰면 제가 거의 돌아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품는다'는 표현이 저한테 가장 모멸적이고 제가 들을 때 가장 기분이 나쁜 표현이다. 품기는 뭘 품냐"며 "무슨 제가 달걀이냐"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