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10년 도서에서 '자위국방력' 강조…우크라 사태도 염두에 둔듯
북한 "美에 환상가졌다 배반당한 리비아"…핵개발 정당성 강변
북한은 과거 세계에서 벌어진 전쟁이 해당 나라가 미국의 '기만술'에 넘어가 전쟁억제력을 포기했다가 배신당한 결과라며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 정당성을 강변했다.

북한은 31일 대남·대외용 출판물을 발간하는 평양출판사가 내놓은 '민족운명의 수호자 김정은 장군' 제목의 책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 10년간 군사·외교 업적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책은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책은 "조선(북한)을 전쟁억제력 보유로 추동한 요인, 즉 국제사회의 교훈으로 본 불가피성과 필연성, 정당성이 어디에 있느냐"며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과 2011년 리비아사태 등을 언급했다.

책은 "미국의 침략 수법은 자위적 국방력의 포기를 강요하는 데 있다"면서 "미국은 군사력 증강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걸으면 번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사탕발림 소리를 끈질기게 늘어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에는 반드시 원조 제공과 관계 정상화라는 회유와 기만술책도 뒤따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나라들은 자기 나라에 미국 주도의 나토군이나 다국적군이 쳐들어와도 다른 대국들이 막아줄 것이라고 타산해, 대국들을 쳐다보면서 이미 있던 전쟁억제력마저 포기했다"고 전쟁 원인을 분석했다.

책은 "최근 년간 세계에서 벌어진 전쟁들과 하나로 연결시켜보면 미국과 서방에 환상과 미련을 가졌다가 비참하게 배반당하고 가차 없이 먹히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북한은 이 대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방인 러시아를 적극 옹호하고 있는 까닭에 책에는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우크라이나 역시 핵무기 철수 대가로 체제 보장을 약속받고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사례여서 북한의 핵 보유 의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을 걸로 보인다.

이 밖에도 책은 올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비롯해 그간의 각종 미사일 개발 성과와 핵실험 등을 김 위원장의 대표적 군사 업적으로 선전했다.

북한 "美에 환상가졌다 배반당한 리비아"…핵개발 정당성 강변
아울러 책은 김 위원장의 외교업적으로 북미·북중·북러 정상회담 성과도 자세히 소개했는데, 특히 '빈손'으로 끝난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끈다.

책은 "(김 위원장이) 회담장에 나가시어 우리의 자주권과 권익을 옹호함에 있어서 단 한 걸음의 양보도 모르셨다"고 선전했다.

또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든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이 김정은 원수님의 드팀 없는 의지였다"고 강변했다.

협상 결렬을 김정은의 '뚝심'으로 포장한 셈이다.

한편, 평양출판사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부터 집권 10년간 각종 '애민 행보'를 소개하며 내치 부문의 성과를 모은 책 '인민의 태양 김정은 찬가'도 함께 발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