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11개월 간 공석…하마평도 없어
주중·주일 미 대사는 인준 완료…외교부 "미국도 조기지명 노력 중"
'감감 무소식' 주한미국대사 언제 오나…공백기 1년 훌쩍 넘길듯(종합)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주한미국대사를 지명조차 하지 않으면서 외교가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한미국대사는 전임 트럼프 정부가 임명한 해리 해리스 전 대사가 올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맞춰 이임한 뒤 11개월간 공석 상태다.

이후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관 공관차석이 대사대리 역할을 하다 올해 7월 이임했고 이후로는 그의 후임인 크리스 델 코르소 공관차석이 대사대리 직무를 이어받아 수행 중이다.

통상 미국 행정부 교체 이후 신임 대사가 부임하려면 후보자 지명 및 상원 인준 절차 등을 거쳐야 해 수개월 이상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1년이 다 되도록 지명자 발표는커녕 구체적으로 물망에 오르는 후보조차 딱히 없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때 언론 등에서 한국계인 유리 김 주알바니아 대사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하마평도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인준 등 부임에 필요한 절차를 감안하면 공백기는 내년 3월 한국 대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해리스 대사 부임 전에도 직전 오바마 행정부에서 임명한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떠난 뒤 1년 6개월(2017년 1월∼2018년 7월) 동안 주한대사가 공석이었다.

이 기록이 아직 깨지지는 않았지만, 당시는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먼저 주한 대사에 내정됐다가 낙마하는 과정을 거치며 소요 기간이 늘어난 측면도 있었다.

한미 간 핵심 채널 가운데 하나인 주한미국대사의 부재는 상징성을 넘어 양국간 실질적인 소통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주한미국대사 임명 지연과 관련해 "한미동맹 관계를 생각해 조속히 임명해달라는 얘기를 (미국 측과) 만날 때마다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방한했던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도 지난 1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과 미국의 안보 강화와 경제증진을 지원할 대사가 필요하다"며 조속한 주한대사 지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주한대사 지명이 늦어지는 것이 양국 간 긴장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미국 NBC 방송 보도까지 나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해당 보도와 관련해 "외국 인사 동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미측이 주한 대사의 조기 지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주한대사 물색을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는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 일본에는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을 각각 대사로 지명하고 상원 인준까지 받은 상태다.

호주 대사에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를 지명했다.

이처럼 아태 지역 주요국 대사에 중량급 인사를 잇따라 임명했는데 주한대사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으면서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후순위로 보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런 관측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동맹은 지난 5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포괄적·호혜적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양국은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양측의 평가"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전반적으로 대사직 인선이 늦어지고 있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외교관협회(AFSA)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바이든 행정부는 대사 부임지 총 189곳 가운데 44개 국가 및 국제기구에 아직 신임 대사를 지명하지 않았다.

한국 이외에도 영국, 이탈리아, 브라질, 네덜란드, 아세안,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아직 대사 지명자가 없는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