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부상 입고 의병전역…병적엔 '전사'
권익위 병적 정정 요구로 국가유공자 인정받아
"내 인생 마지막 효도" 참전유공자 아버지의 한 푼 칠순 아들
6·25 전쟁 때 전투 중 부상을 입고도 부정확한 병적 때문에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던 참전용사가 사후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20일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1917년생인 황모 씨는 6·25 전쟁 당시 카투사로 징집돼 전투에 참여했다가 부상을 입고 의병 전역을 했으나, 병적 기록상 전사(戰死)로 기록돼 있는 데다 본적지 등이 실제와 달라 참전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황씨의 기억에 따르면 그는 1950년 12월 함경도에서 중공군과 전투 중 대퇴부 위 관통상을 입고 후퇴하던 중 환자후송용 비행기를 놓쳐 흥남부두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 도착, 야전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미군 장교로부터 임시 전역서를 받고 귀향했다.

황씨는 1989년 참전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임시 전역서를 분실한 데다 'KA 1115186'인 군번을 'KA 1115136'으로 잘못 아는 바람에 등록이 거부됐다.

이후 인식표를 재확인해 군번을 확인해 병적 기록 정정을 요청했으나, 육군은 황씨와 병적상 인물이 동일인이라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황씨는 결국 참전 유공자임을 인정받지 못한 채 1996년 사망했다.

권익위는 황씨의 아들이 전한 황씨의 기억이 실제로 겪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점, 병적상 기재된 본적에 황씨 또는 황씨의 부친과 같은 이름의 인물이 없다는 점, 병적·참전기록에 인적 사항이 잘못 기록된 사례가 다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그의 병적을 정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황씨가 전사자로 기록된 데 대해서는 전사 처리 일자상 전쟁이 끝난 뒤 실종자를 일괄 사망 처리 했기 때문으로 봤다.

권익위의 병적 정정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황씨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지난 1일 국가유공자증을 수령한 황씨의 아들은 권익위 담당자에게 편지를 보내 "말과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드린다"며 "금년에 70이 되는 제 인생에서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효도를 한 것 같다.

올해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지 산소에 성묘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내 인생 마지막 효도" 참전유공자 아버지의 한 푼 칠순 아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