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율화로 느슨해진 국가 장악력, 전산화로 대신"
북한 "시시콜콜 기업정보 다 모아라"…전산시스템 도입 '안간힘'
북한이 기업 경영에 전사자원관리(ERP)와 유사한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며 공장·기업소의 경영과 생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2일 대외선전매체 '통일의메아리'는 북한 최고 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개발한 통합경영정보체계 '대안 2.0'이 전국 150여개 공장과 기업소에 도입돼 운영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가표준의 통합경영정보체계인 이 프로그램은 김일성대 경제학부 실장인 김성철 교수팀이 개발했다.

기업체 경영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예측해 경영 효과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지원하는 기능은 계획, 기술, 생산, 로력(인력), 품질, 전력, 판매, 재정회계, 수송, 환경 등 수십 개로 세분화됐고 과학기술보급과 경영예측, 경영전략작성, 경영결심예측채택지원, 종합적 관리 상태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산화로 경영과 생산 관련 서류 작성에 종사하던 인원을 대폭 줄여 생산직으로 돌릴 수 있는 데다, 공장의 생산 전반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등 유리한 점이 한둘이 아닌 셈이다.

통일의메아리는 "현재 통합경영정보체계 '대안 2.0'을 도입한 모든 단위에서는 관리로력(인력)을 20∼30%, 원료·자재 소비를 30∼40% 줄이는 등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고 홍보했다.

북한이 기업 경영의 전산화를 꾀하는 배경에는 정보화 시대에 따른 경제의 현대화와 함께 피할 수 없는 분권화 흐름이 자리한다.

김정은 시대 들어 독립채산제가 확대되고 자율성을 강화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도입되면서 북한 경제의 중앙집권적 성격은 차츰 느슨해졌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시장화의 진전으로 기업에 일부 자율적 경영권을 주면서 정보가 중앙으로 올라오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를 막을 방법은 정보화, 전산화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국가 경제의 발전 동력을 회복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 제목의 논설에서 통계와 숫자를 강조했다.

논설은 "인민경제 계획을 객관적 조건과 가능성, 잠재력을 타산하여 작성함으로써 그 자체가 움직일 수 없는 과학적인 숫자에 기초한 집행 담보가 확실하고 구속력 있는 계획으로 될 때라야만 경제의 정상 발전을 담보할 수 있으며 계획경제의 우월성을 높이 발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