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계기 추진중' 발표 후 회담 여부 확정까지 일주일 넘게 걸려
백악관 발표한 '풀 어사이드' 형식도 해석 분분…결국 양자회담장서 개최
한미정상회담 우여곡절 성사…회담 형식도 당일 오전에야 결정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 중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열리게 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은 형식 등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각국 정상이 참석해 다수의 양자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두 정상의 회담 일정을 맞추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참모들의 회담 배석 여부 등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던 탓이다.

G20 정상회의 기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여섯 번째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공식화한 것은 지난 20일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양자 회담 개최 문제를 미국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교착 국면인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키려면 한미 정상 모두 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었던 만큼 그로부터 이른 시일 내 회담 일정이 발표될 것으로 보였으나 회담 개최를 확정하기까지도 일주일 남짓 걸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27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기간에 문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로부터 하루 뒤인 28일 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에 방문하기 전 기착지로 들른 체코에서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때도 구체적인 일정은 양국이 협의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회담 일정이 확정되기 전 회담의 '형식'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됐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G20 정상회의 기간에 한미 정상이 '풀 어사이드(pull aside)'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하면서부터다.

'풀 어사이드' 회담은 격식에 구애받지 않은 채 회담장을 빠져나와 회담장 옆에서 하는 약식회담을 가리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회담의 격을 낮춰 한국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비롯해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그만큼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역만 대동한 한미정상회담을 미국 측이 제안했고 우리도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지적을 반박했다.

회담 일정은 물론 '풀 어사이드' 형식으로 할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밤늦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백악관 측과 회담 일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고 30일 오후 3시 15분에 양자회담장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시각은 애초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간 정상회담이 예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탄 전용기가 아르헨티나로 향하다 기체 결함으로 독일 쾰른에 비상 착륙함에 따라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착이 늦어지면서 이 시각을 맞출 수 없게 됐고 이 시간에 한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0일 새벽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미측이 제의해 온 시각은 12월 1일 오후 2시였으나 이후 일정인 뉴질랜드 국빈 방문을 위한 출국 일정을 늦출 수 없어 30일을 선호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풀 어사이드'가 아니라 양자회담이 열린다는 의미"라고 덧붙여서 회담의 '격'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했다.

막판까지 한미가 협의했던 회담 형식은 결국 회담을 불과 5시간 남짓 앞두고서야 참모들은 배석하지 않고 통역만 참석하는 방식으로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