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이달 초 외부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 보고서가 30일 공개됐다. 중도·보수 우파들을 포용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태극기 부대’ 등 강경보수층을 포용해야 한다는 당내 일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보수 재건을 위한 정책적 제언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한 뒤 토론을 벌였다. 서울대 정치연구소가 용역을 맡아 작성한 이 보고서는 보수 유권자의 분열 원인에 대해 “대북·안보전략에 반대되는 강경노선만을 보수정당(한국당)이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보수를 결집할 수 있는 합리적·온건적 보수 노선을 근본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며 “강경하고 원칙적인 ‘안보 프레임’을 버려야 한다”고 짚었다.

보고서에는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연구팀은 네이버 뉴스, 댓글, 블로그, 트위터 등 인터넷상에서 회자됐던 지난해 대선 후보들에 대한 ‘키워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 전 대표에 대해서는 “안보를 제외한 여타 경제사회 이슈에 대한 긍정 담론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해서는 “담론이 극적으로 분열돼 있으나 다양한 의제와 정책에서 긍정적 담론이 형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이 여론조사 등을 기반으로 자체 산출한 ‘유권자 호감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젊은 세대가 나이든 세대보다 대안 보수세력인 바른미래당 쪽에 더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성과 청년 중심의 새로운 정치세력 유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상하는 범보수·중도 보수통합론에 힘을 실었다.

당 관계자는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비대위 의중과 맞아떨어진다”며 “김용태 사무총장 등 당내 주류가 추진하는 당 개혁방안과도 대체로 일치한다”고 설명해 지도부 의중이 상당히 반영됐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당내 비주류와 친박(친박근혜)계 출신 의원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조직강화특위 위원으로 영입된 전원책 변호사 등과는 생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여성·청년 계층에 대한 우대 반대 의견을 밝힌 데다 강경보수층 끌어안기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한 중진의원은 의총이 끝난 직후 기자와 만나 “이런 보고서를 내자고 1억원이 넘는 용역비를 지출했냐”고 쏘아붙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