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보다 피감기관이 두 배 넘게 늘었는데, 국감일수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상당수 국감 증인은 질의 한 번 받지 못하고 돌아갑니다.”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1998년부터 매년 국회 국정감사를 감시하고 있는 시민단체다. 20년 동안 국정감사를 지켜본 이 단체의 총괄간사 격인 홍금애 집행위원장(사진)은 14일 기자와 만나 “국정감사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1999년 국감 당시 328개였던 피감기관은 올해 753개로 급증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기간은 20일 그대로다. 그나마 국감자료 준비를 위한 매주 수요일과 주말을 뺀 순수 국감일은 12일에 그친다. 모니터단은 △민간인 감사로 변질된 국감 △부실 감사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현 국감제도의 ‘3대 고질병’으로 꼽았다.

◆‘국정감사 대신 민간인 감사로 변질’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정부 및 산하기관의 1년간 행정을 국회가 감사하는 행위다. ‘3권분립’ 원리에 따라 입법부가 행정·사법부를 감시 견제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국정 대신 민간인 국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불러들인 일반증인(민간인)에게 질의를 집중하느라 출석이 의무인 기관증인(정부 부처 및 각 산하기관)에 대한 질의는 뒷전”이라며 “일반증인들이 곤욕을 치르는 동안 질의를 피한 피감기관들은 뒤에서 웃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국감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홍 위원장은 국감 첫날이었던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질의를 예로 들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맨 처음 배정된 모두발언 등의 질의시간 7분을 아예 포기하고 증인 신문에 쓰겠다고 했다”며 “편의점 수익보장제 문제를 지적하느라 업계 대표들에게 질의를 집중하면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질의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부 감사는 뒷전…일반인 불러 닦달하는 민간국감 변질"
피감기관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질문 한 번 안 받고 돌아가는 ‘병풍 증인’도 고질적인 문제다. 올해 피감기관은 전년보다 52개 증가한 753개로 역대 최대 규모지만 국감일수는 그대로다.

부실 국감은 10일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고스란히 재연됐다. 모니터단 분석 결과 이날 출석한 32명의 기관장 가운데 정경두 장관 외에 질의를 한 번이라도 받은 기관장은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군사안보지원사령관 단 두 명이었다. 모니터단은 지난해에도 국감 첫주에 질의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증인이 41명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고비용 저효율 고착화’

총 20일간의 국감 기간 중 매주 수요일은 ‘자료 정리’의 날로 정해 사실상 휴식을 취한다. 공휴일까지 빼면 실제 감사일수는 12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각 상임위가 2~3차례 ‘현장시찰’을 일정에 포함시켜 피감기관을 상대로 질의하는 날은 10일 남짓에 불과하다.

홍 위원장은 “국감이 짧은 기간에 강도 높게 진행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매년 지적이 나오지만 어느 상임위도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감일수를 늘리거나 현장 시찰을 제외하는 등의 대안을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정당 각 원내대표들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와 정부가 ‘화상회의’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국감에서는 대면 질의를 고집하는 것도 국감 비효율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회는 2015년 정부세종청사와 소통할 수 있는 화상회의 시설을 3곳 설치했지만 국감에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