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자산 2조원이 넘는 38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가 2020년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공공기관의 고질병인 과도한 부채와 방만 경영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업 빚 급증…2020년 500조 돌파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10일 38개 공공기관의 5년 단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관의 부채 합계는 2020년 506조2000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72조3000억원을 기록한 이들 기관의 부채 합계는 올해 480조8000억원, 내년엔 491조8000억원으로 매년 10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수치는 각 기관의 자체 전망을 토대로 한 것인 만큼 실제론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들 기관은 2년 전 2016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내놓을 당시 2020년 부채 전망치를 496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때 감소 추세였던 공공기관 부채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처음으로 국회에 5년 단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제출하면서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억제해 부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도 부채 감축 노력을 반영하면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는 지난해 472조원대까지 줄었지만, 올해 다시 ‘V’자 모양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공기업 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별로는 한국전력 부채 증가 폭(올해 55조4000억원→2020년 64조9000억원)이 9조5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LH(128조1000억원→136조2000억원), 한국수력원자력(32조2000억원→35조5000억원), 한국남동발전(5조5000억원→7조8000억원), 국민건강보험공단(9조9000억원→11조5000억원) 등도 빚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무리한 공공 부문 ‘몸집 불리기’가 공공기관의 재무구조 악화를 낳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빚은 결국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 만큼 지금이라도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