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취임으로 여야 할 것 없이 당 지도부가 ‘노무현 정부 사람’으로 채워졌다. 이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은 같은 시기 노무현 정부 내각의 일원으로 함께 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대표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를 지냈다. 한국당의 ‘구원투수’격으로 등판한 김 위원장은 이 대표와 같은 시기에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고 이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정 대표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대북정책을 이끌었다.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한솥밥을 먹던 세 사람이 지금은 각기 다른 당에서 수장 자리를 맡아 정치권에서 재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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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친노 좌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대표와 ‘노무현의 남자’라고 불렸던 김 위원장이 정치권 예상을 뛰어넘는, 차원 높은 협치를 보여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정 대표에 대해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대화하는 데 여러 가지 점에서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여야 간 ‘협치’를 강조하자 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보수 야권을 겨냥했던 이 대표의 발언 등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소수 정당은 선거구제 개편 등 그동안 자신들이 요구했던 선거제도 개혁 협상에 조속히 나서라고 주문했다.

윤영석 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는 국무총리에 민주당 최다선 의원으로서 폭넓은 정치경력을 보유한 분”이라며 “청와대와 여야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가 최근 악화한 고용지표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이라고 하는 등 보수를 향한 날 선 인식을 보인 점은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야당들은 차기 총선에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촉구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선거구제 개편,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막는 개헌 문제가 올해 반드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