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비해 미·북 대화 전면에 나서지 못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볼턴 보좌관은 12일 오전 10시55분(한국시간)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났다. 두 사람은 오찬에서도 만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이 오찬을 마치고 산책한 뒤 호텔 입구에서 미·북 양측 관계자들과 약 10분간 이야기하는 가운데 볼턴과 김정은이 직접 대화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에 대해 체제 변화, 비핵화 관련 리비아식 모델 등을 거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북한은 볼턴 보좌관에 대해 계속 불쾌감을 표시했고, 회담 전 그를 대상으로 인신공격성 발언도 수차례 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16일 담화에서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식 비핵화’ 등의 발언을 겨냥해 “조·미 수뇌회담(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우리는 이미 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당초 볼턴 보좌관은 정상회담에 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 주요 인사로 참석하고, 트럼프 대통령 곁을 가까이에서 지키면서 볼턴 보좌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히 큰 것으로 외교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싱가포르=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