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담긴 자료를 남북한 정상회담 도중 건넨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북한의 비핵화 달성 시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 것으로 추측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모진의 질문에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생중계된 두 정상의 ‘도보다리 회담’에서 김정은이 ‘발전소’를 언급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온 데 대한 해명이었다. 이날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한 참모가 관련 사실을 질문하자 문 대통령은 도보회담에서 발전소를 거론하지 않았다며 대신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발전소 건설 등이 담긴 자료를 전달했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이 자료를 ‘한반도 신경제구상’이라고 지칭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문 대통령이 남북을 하나의 경제벨트로 묶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보다 업데이트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자료에 어떤 발전소가 왜 언급됐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가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업데이트 버전이라고 밝힌 것으로 볼 때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북한의 비핵화 후 남한의 경제 지원 계획이 포함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발전소가 언급된 것으로 볼 때 대북 전력 지원 방안이 담겼다는 추측이다.

문 대통령은 44분간 이뤄진 도보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주로 묻고 문 대통령이 답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또 ‘판문점 선언’에 따라 향후 치러질 남북 공동 스포츠 행사와 관련, 김정은이 축구 대신 농구 경기를 먼저 하자고 제안한 사실도 공개했다. 김정은은 ‘농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