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상 '국가수반' 인물 파견, 평창 성공 '성의' 표시 의도도
실질적 2인자 최룡해 등 수행 여부 관건…단원 3명에 관심 집중
북한, 왜 김영남 택했나… 개막식 외교무대 활용 관측
북한이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외교무대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다.

김 상임위원장은 북한에서 명목상이나마 '국가수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사회주의 헌법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는 21개국 26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따라서 북한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파견,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갈수록 심화되는 외교적 고립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우리측에 보냄으로써 자신이 신년사에서 밝힌 평창 올림픽 성공에 대한 언급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단 개막식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리셉션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등도 참석할 것으로 보여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자연스럽게 이들과 접촉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김영남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등 북한 우방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표단장으로 참석해 정상외교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1983년부터 1998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오를 때까지 15년간 우리의 외교장관격인 외교부장을 지내 외교 활동에도 정통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영남이 오는 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고려했을 것"이라며 "국제사회 접촉으로 평화적 이미지 제고 의도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내려올 수 없는 상황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대표단장으로 보냄으로써 의전적으로 최대한 예의를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남은 남쪽을 방문한 경험은 없지만, 2000년 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에 앞서 그를 만나 회담을 가졌고 2007년에도 정상회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김영남을 면담했다.

따라서 이번에 김 상임위원장이 내려와서 문재인 대통령과 별도로 만난다면 일종의 준 정상회담 성격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선 제기한다.

그러나 김영남이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누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남쪽을 찾을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이 있다.

북한은 김 상임위원장이 단장이라고 통보하면서 대표단은 단원 3명, 지원인원 18명으로 구성할 것으로 밝혔지만, 구체적인 신원에 대해선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고 있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대표단 단원으로 김 상임위원장을 수행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김 상임위원장이 대외적으로는 2인자이지만 북한 내 실질적인 2인자는 최룡해로 꼽히고 있다.

최룡해는 과거 2007년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을 군사분계선(MDL)에서 영접하기도 했고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도 참석하는 등 남북관계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가 우리쪽에서 여러 국가가 참가해 이뤄지는 행사인 만큼 북한에서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나 대외관계를 총괄하는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이번 방남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의 돌파구를 열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대남 및 대외업무를 책임지는 인물이 동행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연철 교수는 "이번 북한 대표단의 의전적 측면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방남으로 어느 정도 충족됐다"며 "아마도 대표단의 내용적 측면은 단원으로 올 3명이 누구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