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국 소개로 채워진 보고서…제출 여부도 확인 안 돼"

20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의회외교'라는 명목으로 외유성 출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수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의회외교 내역을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해 5월 개원한 20대 국회에서는 올해 1월 중순까지 총 67건의 해외출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72명으로 가장 많고, 자유한국당 56명, 국민의당 20명, 바른정당 16명, 정의당 4명 등 순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외국으로 최다 4차례의 출장을 다녀온 사례도 있었다.

중복을 포함해 외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의원은 263명이었다.

시기별로 보면 정기국회 개원 직전 '정치 휴지기'로 불리는 지난해 8월이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같은해 12월이 16건으로 뒤를 이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둘러싼 논란으로 극심한 혼란기였던 지난해 12월에도 국회는 개의치 않고 방문외교를 추진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들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성과가 사실상 크지 않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결과 보고서를 보면 방문목적이 '우리나라와 방문국 간 상호 우호협력 증진 방안 모색', '전 세계적 테러확산에 다른 교민안전 대책 방안 점검·공관 주요 현안보고', '방문국 교민간담회·애로사항 청취' 등 지나치게 포괄적이었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방문 일정도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 '안전대책 현장 점검', '대사 주재 오찬·만찬' 등으로 느슨했다.

결과 보고서에 기재된 '성과' 역시 대부분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보고서 상당 부분을 방문국 소개로 채우는 등 구태도 여전했다고 이 단체는 비판했다.

심지어 이러한 성과를 담은 결과 보고서조차 제때 제출됐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회 규정에 따르면 출장 후 20일 안에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전체 출장 67건 중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확인된 것은 26건에 불과했다.

이럼에도 지난 8개월간 국회 출장 비용은 국회의장단·정보위원회 출장 등 비공개 출장과 아직 정산 중인 출장 12건을 제외하고도 22억원에 달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국회의 외교권한은 헌법적 권한이 아니라 부수적 권한으로 그 당위성이나 명분이 약하다"며 "역대 국회에서 의회 차원 외교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혈세 낭비의 논란에 휩싸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국가적 중대사인 대통령 탄핵소추가 있었던 12월 대거 해외 방문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며 "국회 윤리위원회 차원에서 의회외교 요건을 강화하기 위한 실효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