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 적용 대상 기업은 남는 배출권의 일부를 시장에 팔아야 한다. 정부가 현재 남는 배출권 모두를 다음해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한 ‘탄소배출권 이월제’를 배출권의 일부만 이월 가능하도록 고칠 계획이다. 정부는 배출권이 남아도는 기업이 이월하기 위해 배출권을 쌓아두고 있는 것을 물량 품귀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만성적인 배출권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7일 “현재 무제한 이월이 가능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고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내년부터 배출권의 일정 비율만큼만 이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탄소배출권 이월을 금지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시장의 충격을 감안해 일정 비율만 이월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제2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발표한 지난 1월24일까지만 해도 정부는 “이월제도를 고쳐달라”는 업계 요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책 일관성이 약해지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발적으로 줄인 기업들의 운신 폭이 좁아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량이 부족하다”는 기업들의 아우성에는 ‘6840만t 추가 할당’으로만 대응했다.

추가 할당에도 불구하고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물량 품귀와 가격 급등 현상이 해소되지 않자 정부는 부랴부랴 ‘이월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 탄소배출권 전문업체의 설문 결과 대다수 기업이 “남는 배출권을 팔지 않고 이월하겠다”고 답한 것도 정부의 변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남는 배출권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파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남는 배출권을 팔면 정부가 다음해 할당량을 줄일 것’이란 인식 때문에 기업들이 배출권 매도에 소극적이란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배출권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기업에는 희소식이다. 기업 관계자는 “배출권을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고 가격만 계속 급등해 그동안 큰 부담이었다”며 “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