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텅빈 국회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답변하는 동안 대부분 의원이 자리를 비워 본회의장이 썰렁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 텅빈 국회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답변하는 동안 대부분 의원이 자리를 비워 본회의장이 썰렁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했지만 상당수 의원이 본회의 도중 자리를 떠나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대정부질문이 진행 중이던 오후 5시께 국회 본회의장 자리를 지킨 의원은 30명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12명, 더불어민주당 15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이 듬성듬성 떨어져 앉아 있었다. 전체 재적의원 수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새누리당은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가 비상대책위원장 문제를 놓고 각자 대책회의를 하느라 출석률이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은 그동안 황 대행의 국회 출석을 압박한 데다 이날 대정부질문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자신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자리를 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황 대행은 대정부질문 출석을 놓고 야당과 갈등이 빚어진 것과 관련, “과거 8차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한 사례가 있는지 알아봤는데 없었다”며 “국회에서 출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국민 앞에 정부가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출석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행과 야당은 이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야당은 황 대행이 공공기관장 인사를 단행하기로 한 것과 과잉 의전 논란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 ‘코스프레’(게임·만화 속 등장인물처럼 분장해 흉내 내는 것)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황 대행은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황 대행에게 “탄핵당한 대통령을 모셨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분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불요불급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황제급 의전을 요구하면서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말해보라”고 했다.

황 대행은 “국정 공백이 많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관장 자리가 공석이 되거나 임기가 곧 만료되는 등 부득이한 부분에선 인사를 단행해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나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권한대행이 큰 틀의 인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 유념하고 있다”고 했다.

황 대행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계획하거나 고려하고 있느냐”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엔 “전혀 없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일부에선 황 대행을 차기 대선 잠재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하고 있다.

황 대행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자영업 매출 감소 등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외정책과 관련해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주한미군 방위비에 관한 걱정이 있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2%도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1분기 내 최소 20조원의 추경을 선제적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을 확대할 필요성은 있다”며 “필요하다면 1분기 실적을 보고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또 “내년 예산의 68%를 상반기에 지출하기로 해 재정이 경기를 받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뒤엔 정부가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추경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은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1900만마리가 살처분되는 대재앙이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뭐했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황 대행은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리고 조기 종식을 위해 총력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호/김기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