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화벌이 일꾼들 사이에 '김정은 체제' 회의론 확산 사례
대북제재로 해외식당 영업난…실적압박 따른 탈북 가능성도

북한의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북한 것은 무엇보다 북한 체제에 대한 회의와 남한사회에 대한 동경 때문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도높은 대북제재와 우리 정부와 미국 등의 독자적인 제재조치로 식당의 영업이 힘들어진 점도 이들의 탈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8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과 관련해 "이들 종업원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의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 최근 집단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한 소식통도 "북한 체제에 대한 회의와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이 탈북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은 북한 내에선 중산층 이상으로 출신 성분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2명이 개별적으로 탈북한 사례는 있지만, 이번처럼 집단으로 탈북한 것은 처음이라는 게 정 대변인의 설명이다.

정 대변인은 "한 종업원은 (탈북 이후)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번 집단 탈북은 북한의 외화벌이 일꾼들 사이에 '김정은 체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정 대변인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상황에서 해외 체류하는 북한인들이 집단적으로 탈북해 왔다는 것은 특이한 사례이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운영하는 해외식당은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등을 중심으로 12개국에서 130여개 정도가 영업 중이며, 특히 중국에만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식당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와 우리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의 여파로 한국인 손님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면서 영업에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북제재의 강력한 이행으로 문을 닫는 북한 해외식당도 속출하고 있어 외화벌이 실적악화에 따른 본국의 압박이 탈북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집단 탈북은 2011년 3월에 9명의 탈북민이 국내 입국한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