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상향식 공천은 엉성…과찬 태도 문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31일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 문제점을 지적하고, 김 대표에게 '험지'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할 때 살맛 나는 정치가 된다"면서 "김 대표가 안대희 전 대법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험지로 보내려다 제대로 안됐는데 왜 '호랑이굴 출마 1호'를 자청하지 않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소속으로 제18대 국회의 국회의장을 지냈으며, 현재 김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서 내리 5선 의원을 역임했다.

김 전 의장은 "김 대표가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 그만둘 사람인지, 대권을 염두에 둔 사람인지 진짜 헷갈렸다"면서 "찬 바다에 가장 먼저 몸을 던져 수천 무리의 생명을 이끄는 퍼스트 펭귄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리를 이끌려면 뒤에서 호령하기보다는 찬 바다에 먼저 뛰어드는 용기가 바로 이 시대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가 부산 서구에, 김대중 전 평화민주당 총재가 당선이 불확실한 전국구 번호를 자청해 결국 평민당이 제2당으로 도약하며 승리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상향식 공천에 대해 "지금 같은 엉성한 제도에서는 '한 번 국회의원은 영원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과찬하는 태도야말로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최근의 '권력자' 발언을 보면 김 대표가 내뱉는 말에서 녹지 않은 울분의 앙금이 느껴지곤 한다"면서 "치고 빠지기인지 몰라도 그런 식의 전략은 성공도 담보하지 못하면서 이미지만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공관위(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구성 같은 문제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기 바란다"면서 "최고위에 전권을 위임하고 대표는 모두를 싸안아 이끌고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