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다음달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해 대선에서 중도하차했던 안 전 교수는 정치권 재진입의 통로로 서울 노원병 보선을 선택했다.

특유의 `간보기'와 뜸들이기로 불확실성을 키우기 일쑤였던 그가 이번에는 예상을 깨고 4월 선거에 직행하는 과단성과 승부욕을 선보였다.

`정치인 안철수'의 진화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안 전 교수의 보선 출마결정은 본격적으로 정치권의 현장수업을 밟아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주변의 출마권유를 뿌리치고 곧바로 대선무대에 올라섰던 그의 정치궤적을 되돌아 보면 외견상으로는 '후퇴'지만, 5년 후를 염두에 둔다면 대권고지를 향한 교두보 확보라는 전략적 포석의 측면이 강해 보인다.

대선 직후 미국으로 건너간 뒤 70여일동안 숙성시킨 결론인 만큼 충분한 성찰과 사색의 시간이 있었을 것으로 믿고 싶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전 교수가 가장 유리한 시기에, 그것도 가장 안전한 방법을 통해 컴백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과 지적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노원병에서 의원직을 상실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안 전 교수의 출마결정을 '골목 상권 침해'로 공개 비판한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고려해 안 전 교수는 귀국하는대로 좀더 분명하게 자신의 정치 로드맵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자신의 생각과 구상을 전파하는 행위는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

대중적 인기에만 기대어 필마단기로 정치활동을 영위할 것인지, 아니면 신당 창당을 통해 수권 대안세력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자신이 지향하는 정치에 대한 확실한 비전제시가 전제돼야 한다.

"미래는 우리 곁에 와 있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화법으로 정치팬덤이나 거느릴 생각을 한다면, 그의 정치미래는 어둡다.

행여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어려운 처지와 민주당의 더딘 재건작업의 와중에서 어부지리를 챙기겠다는 정치적 셈법을 하고 있다면, 차기 대선의 블루칩으로 성장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안 전 교수의 정치 재개와 보선 출마는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 정치권에 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선택이 되어야 한다.

그의 정치적 존재감이 박근혜 정부와는 '적대적', 민주당과는 '분열적'으로 자리매김된다면, 그에게 일시적인 반사이익을 안겨줄지 모르지만 우리 정치문화 발전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안 전 교수는 끊임없이 기성 정치권을 자극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차세대 리더십으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깃발 하나 꽂겠다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이 엄존하고 있음을 안 전 교수가 직시해야 비로소 정치권에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