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사진)가 '사재출연'을 계기로 대선행보에 속도를 낼 태세다.

정 전 대표 측은 이번 출연이 대선행보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하지만 정치권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정 전 대표의 대권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 전 대표가 내놓은 2000억원을 포함해 범현대가가 5000억원 규모의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기로 하자 정치권의 관심은 수조원에 이르는 정 전 대표의 재산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대선 출마 당시 현대중공업 지분의 명의신탁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선친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도 1992년 대선 출마 당시 재산 일부를 정당과 중소기업 육성 기금으로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7년 대선 당시 개인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해 적지 않은 정치적 효과를 거둔 적이 있어 정 전 대표의 고민을 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는 사재출연을 계기로 높아진 여론의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 내달 6일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정 전 대표는 자서전 외에 보수의 가치를 정리한 책도 발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재오 특임장관 등과의 연대에도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1일 국회에서 열리는 '신 한 · 일 어업협정 토론회'를 통해 독도 문제라는 이슈를 선점하고 더 나아가 독도 문제에 '올인'하고 있는 이 장관과의 정책적 연대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와는 지난 7월 단독회동을 통해 반포퓰리즘과 박근혜 견제 등에 뜻을 같이했다.

정 전 대표는 내달부터 그동안 보류해온 지방 순회 강연도 재개할 방침이다. 강연 내용은 '정몽준식 정치 알리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